원자력발전 후 남은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계획이 2014년까지 수립된다. 다량의 방사선을 함유한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돼 있는데 2016년부터 저장 공간이 부족해진다.
정부는 사안의 폭발성을 의식해 지금까지 처리 계획 수립을 미뤄왔다. 하지만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 현재는 '중간저장시설'을 짓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부지 선정 작업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20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2016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부족=국내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돼 있다. 6월 현재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36만8,000다발로 임시저장용량(51만8,000다발)의 71%에 육박한다. 현 상태라면 2016년 고리 원전부터 사용후핵연료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 당장 4년 뒤면 방사선이 다량 함유된 핵 찌꺼기를 버릴 곳이 없어진다는 뜻. 다만 핵연료를 촘촘히 보관하는 조밀화 방식 등을 통해 2024년까지 현재 시설로 버티는 것은 가능하다. 정부는 원전을 현 23기에서 앞으로 34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매년 증가해 2040년이 되면 사용후핵연료 누적량이 65만5,000다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간 저장 후 재처리 또는 최종 처분=정부가 이날 밝힌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침은 '중간저장시설 건설 및 최종처분방안 연구'로 요약된다. 현재 전세계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31개 국가 가운데 22개 국가가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최종 처분이나 재처리 등 장기 관리대책은 원전 선진국도 아직까지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2002년 네바다주 유카마운틴을 최종 처분장 부지로 선정했다 2010년 철회했다. 일본은 2002년부터 최종 처분장 부지를 공모하고 있지만 유치 신청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재처리나 최종 처분장 건설 등 어떤 방식으로 간다 해도 중간저장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단 안전하게 저장한 후 핵 폐기물 처리 기술 개발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부지 선정…사회적 진통 불가피=정부는 내년 상반기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위원회는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쳐 2014년까지 대정부 권고서를 만들고 정부는 같은 해 중간저장시설 부지 선정 계획 등이 포함된 '방사능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간저장시설 부지 선정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지 선정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원전에서 나온 작업복이나 장갑 등 위험도가 낮은 중ㆍ저준위 처분장 부지를 경주로 선정하는 데도 무려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여론은 어느 때보다 악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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