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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19일] 현대차 협력업체 노동자의 한숨

얼마 전 기자는 현대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한 50대 공장장을 가톨릭 신자들 모임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건장한 체구를 갖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온 몸에 기운이 없고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아무 말 없이 몇 시간씩 기도만 한 뒤 모임을 나서는 그를 붙잡고 “왠 기도를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추석 전 종업원들에게 밀린 월급 일부라도 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도와주십사하고 간절히 빌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배기장치를 생산하는 회사의 공장장인 그는 꼬박 3개월이 넘도록 월급을 받지 못했다. 한 때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휴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감이 없어 매일 출근하는 자체가 종업원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추석이 지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마디 던진 뒤 힘없는 발걸음을 옮겨 떠났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100일이 넘도록 노사분규에 매달리는 동안 산하 협력업체와 거기에 딸린 근로자들의 탄식이 깊어만 가고 있다.급기야는 추석을 전후로 2,3차 협력업체들을 중심으로 부도설이 나돌고 있다. 현재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수십여개의 회사가 임금체불은 물론 자재대금을 갚지 못해 이번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계속된 노조 파업에다 휴일 특근이 사라진 지 3개월이 넘었으니 일감부족으로 인한 협력업체 도산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차 노사의 지리한 협상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에 수천여명에 달하는 영세 협력업체 근로자들만 정든 일터를 잃고 길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도 금융권에서조차 2차 협력업체들을 외면하는 일도 벌어져 이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자동차 내장재를 현대차에 납품하는 2차 협력업체의 H모 사장은 은행권에서 겪은 절망감을 기자에게 털어놨다. 이 사장은 최근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울산의 모 지방은행에 1차 협력업체에서 받은 거래어음의 할인을 신청했다가 단박에 퇴짜를 맞았다. 그는 “현대차 노조가 벌이는 연례적인 노사분규가 협력업체 사장과 종업원들에게는 실로 비수를 들이대는 것”이라며 “누구도 우리들의 고통을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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