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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주목받는 CEO] 공격경영 가속… “비상나래 편다”

2003년을 맞이하는 다국적기업 수장들은 올해를 그 어느 해보다 활기차고 풍성하게 가꿔 나간다는 희망찬 청사진을 갖고있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환경의 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개혁성향은 인맥이나 혈연, 지연 의존도가 극히 취약한 다국적기업들에게 오히려 투명한 제도, 예측가능한 정책수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어 돌발적인 변수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칠 전망이다. 최준근 한국HP 사장은 올해가 사실상 통합 원년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컴팩과의 합병으로 조직통폐합이 이뤄지면서 모든 위험과 책임을 떠안은 채 총괄 지휘해야 했던 그는 올해 합병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 사장은 이와 관련, 통합효과를 통해 2~3위 업체들과의 격차를 확고하게 벌려놓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변화하는 사업환경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응자세를 취한다는 방침 아래 작년말 소니와 공동 특판을 제휴했으며, 글로벌 본사 간의 포괄적 제휴에 따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도 업무 제휴 영역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작년말 제 3대 리눅스협의회장에도 선임된 최 사장은 이래저래 올 한해 1인 다역의 활동을 요구받으면서 매분 매초 긴장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채욱 GE코리아 사장은 그동안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았던 강성진 전 회장의 퇴임으로 올해는 진정한 의미에서 경영능력을 평가받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비록 오랫동안 경영책임자로서 명성과 입지를 다져왔다고는 하지만 그동안은 공동책임의 형태였다는 점에서 올해의 전략과 실적에 대해 고스란히 단독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이 사장이 삼성과 GE 양쪽으로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키워왔다는 점, GE 글로벌본사의 신임이 상당히 두텁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과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경영방식을 선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GE는 글로벌 전략상 한국시장을 상대적으로 비중있게 다루는 양상이어서 중국법인, 일본법인과의 경합 속에서 펼칠 이 사장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명우 소니코리아 사장도 눈길을 끈다. 이 사장은 최근 `이제는 변화할 때(It`s time to change)`라는 캠페인을 펼치며 소니코리아를 바꾸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그는 작년말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변화는 아픔이며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만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해준다”며 “조직 개편의 첫 단추를 잘 채우면 이번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 사장은 사업 연계성과 유사성이 높은 부서를 통합시켜 시장에서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또 직원들이 업무를 더 넓게 체험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순환보직제를 도입하며, 의사결정체계를 최대 3단계 이내로 줄여 신속한 조직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연봉 차별화와 발탁인사 등 능력 위주의 인사를 강화하는 것도 이 사장의 새로운 경영원칙이다. 그는 “조직의 관점에서 성과를 올린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과의 차별은 당연하며 이것은 냉정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직개편 외에도 올해 소니코리아는 일본 본사 및 아태지역 본부에 주재원을 4명 이상 파견해 각국의 선진 사례를 배우고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한성자동차를 통해 수입되던 벤츠가 올해부터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함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를 운영하게 될 이보 마울 초대 사장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국내시장에서 경쟁사인 BMW에 비해 다소 뒤쳐져있는 벤츠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벤츠는 이를 위해 한성자동차 외에 추가로 딜러를 모집, 딜러망을 확충하고 지방에서의 영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마울 사장은 지난 86년 메르세데스-벤츠재팬 설립에 참여하는 등 아시아 지역 전문가로 통하고 있으며, 한국인 여성과 결혼할 정도로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대표적인 지한파 외국인인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이 제프리 존스의 뒤를 이어 주한 미국기업의 대표체인 암참의 수장직을 물려받았다. 오벌린 사장은 존스 전 회장이 쌓아온 한국의 파트너로서의 암참의 역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암참이 이를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밖에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의 글로벌 캐시카우중 하나로 떠오른 한국루슨트의 유유진 대표, 김종광 한국바스프 유화사업부문 사장 겸 한국법인 대표 내정자, 외국기업협회장을 맡고있는 손영석 TI 사장 등도 주목대상이다. <김형기기자 최원정기자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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