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미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유명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로 16일간의 여름휴가를 떠나기 직전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이 문제를 수주 내로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며 장기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사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얼마나 더 미군의 개입이 이어질지에 대해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겠다"며 "미국의 국민과 시설이 위협 받을 경우 언제, 어디서든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군 최고사령관인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사태에 대한 전망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자세한 일정표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태 장기화의 가능성을 밝히면서 이라크 사태 개입 수위에 대한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신자르에 묶인 난민들을 구하고 바그다드와 아르빌 등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의 안전 보장에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의 연설로 미국이 이번 이라크 공습으로 이라크에서 다시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공습은 이라크에 대한 개입 수위가 여전히 낮다는 공화당을 만족시키지도 못한다"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군은 공습 이틀째인 이날도 무인기(드론)와 F/A-18 전투기 4대를 이용해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벌였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이라크 북부 신자르 지역에서 소수민족 야지디족 주민들을 공격하는 이슬람국가에 4차례 공습을 했다"며 "이번 공습으로 IS의 야포 진지와 무장트럭 7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쿠르드자치정부(KRG) 측은 추가 공습으로 IS 대원 최소 20명이 숨지고 55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습 덕분에 IS가 KRG의 수도로 미 군사자문단과 외교관 다수가 머물고 있는 아르빌로 진격하는 것을 저지한다는 일차적 목표는 달성했다는 게 미 국방부의 판단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공습 효과를 체감한 KRG 측은 오바마 행정부에 IS에 대한 공습 강도를 늦추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군은 또한 며칠째 이라크 북부 신자르 산악지역에 발이 묶여 있는 쿠르드계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수만명을 비롯한 기독교계 난민 15만여명에게 즉석 식사와 식수를 C-17·C-130 수송기로 실어 공중 투하하는 등 인도적 지원활동도 계속했다.
이처럼 이라크 사태에 따른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외국계 석유회사들도 안전에 대한 우려 속에 직원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쿠르드 지역에서 단일 석유생산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터키의 제넬에너지는 하루 23만배럴의 원유 생산량은 유지한다면서도 "유전개발 중인 쿠르드 지역 내 3곳에서 최대 100명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제넬의 파트너 업체인 영국 정유회사 아프렌도 필수 유지 인원을 제외한 직원들을 대피시켰으며 캐나다 정유회사 오릭스도 일부 지역의 시추작업을 중단하고 직원을 철수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쿠르드 지역에서 원유탐사 활동을 벌여온 미국의 석유메이저 엑손모빌과 셰브런도 상주 직원 수를 축소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로 인해 6월 기준 하루 36만배럴을 기록하던 쿠르드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5,000배럴까지 격감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라크에서 KRG가 통치하는 북부 지역은 IS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IS와 KRG의 군사조직 페시메르가의 충돌은 이 지역도 이라크 전체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KRG 측은 원유생산 시설의 안전을 강조하며 석유회사들을 안심시키려는 모습이다. KRG 천연자원부는 성명을 내 "IS 반군들은 원유생산 시설을 공격할 능력이 없다"며 "쿠르드 지역의 원유생산에는 영향이 없으며 내수 및 수출시장으로의 공급도 원활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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