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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주일에 1,200㎜ 비가 온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세계적인 기상 변화에 따라 갈수록 극심해지는 홍수로 피해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국민들의 우려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7월14일부터 20일까지의 중부 지방 집중호우로 지역적으로 많게는 500㎜ 내외의 비가 내리면서 강원도 인제ㆍ평창 지역을 중심으로 48명의 인명 피해, 2,300여세대의 이재민과 1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세계 제일의 재해방지시스템이 구축된 일본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지난 7월18일부터 24일까지 규수와 시코쿠 지역을 중심으로 평균 1,200㎜의 비가 내리면서 일본 전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일본 TV 방송사들은 해발 500m 높이의 산이 폭우에서 비롯된 산사태 때문에 50m나 깎여나가고 고속도로가 침수되는 화면을 시시각각 보여줬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호우로 규수 지역에서만 1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 지역의 경제적인 피해(재산 피해+관광 수입 손실분 등)는 약 500억엔 이상으로 집계하고 있다. 만일 이번에 일본에서 겪었던 강도의 호우가 한반도에 내릴 경우 수해 방지를 위한 사회기반시설과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훨씬 열악한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과 손실은 얼마나 될 것인가. 예를 들어 이번 중부 지방의 집중호우로 남한강의 충주댐 유역은 약 350㎜의 비가 내렸는데 충주댐 수위가 계획홍수위(댐에서 물을 가둘 수 있는 최고 수위)에서 불과 1m밖에 여유가 없었으며, 90년 한강 유역 대홍수시에도 소양강댐 유역은 약 400㎜의 비가 내렸는데도 소양강댐의 수위는 계획홍수위까지 도달해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긴 바 있다. 이렇게 약 400㎜ 내외의 비에도 홍수 피해 우려로 초긴장을 하고 있는데, 일본 규수처럼 1,200㎜의 비가 내릴 경우 인명과 재산의 피해 규모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상상을 초월한 규모가 될 것이다. 홍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치수대책은 단편적인 어느 한 가지 방법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배수펌프장 건설이나 유수지 활용과 같은 내수침수방지시설, 홍수조절댐 건설이나 제방 축조와 같은 수리시설물의 적극적인 개발에 의한 ‘구조적 치수대책’과 기존댐 연계 운영, 홍수 예보 시설의 현대화 및 기능 강화와 같은 ‘비구조적 치수대책’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조화롭게 이뤄질 때 비로소 홍수로부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매년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홍수 조절댐을 더 건설하고 치수 관리를 위한 하천 개수와 첨단장비를 통한 기상 예보의 정확도 향상 등 치수대책 마련의 필요성만 논의될 뿐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특기할 사항은 이번 집중호우로 강원도는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횡성이나 양구처럼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집중적인 예산 투자로 하천 정비, 제방 보강 등 예방적 수방 능력을 갖춘 곳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도 홍수 피해를 저감시키는 일환으로 기존의 하천 중심의 1차원적 치수대책에서 유역이 지니고 있는 치수 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2차원적 치수대책인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오는 2007년 완료 목표로 수립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더욱 심화되는 홍수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국가로 존립하려면 무엇보다도 치수 방재를 국가의 최우선적 과제로 삼는 사회적 합의와 이를 실천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는 유역 단위의 탄탄한 치수종합계획을 수립해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재원을 마련해서 중앙과 지방정부, 물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역량을 모아서 함께 추진해가는 국가 재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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