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업도시가 된다니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땅값도 며칠 사이 2배로 뛰었어요. 나도 그 쪽으로 사무실을 옮겨볼까 생각 중입니다”(무주군 무주읍 이당부동산 신경수사장). “지금은 사겠다는 사람도 없고 팔겠다는 사람도 값을 너무 높여 불러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어요”(무안군 무안읍 종합부동산 정한식 사장). 지난 8일 산업교역ㆍ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시범지역으로 각각 선정된 전남 무안군과 전북 무주군의 분위기는 사뭇 들떠 있다. 그 동안 워낙 낙후돼‘이제는 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다는 반증이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지 땅값도 들썩일 조짐이다. 하지만 기업도시의 성공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데다 투기에 대한 정부의 규제의지가 강력한 만큼 거래는 크게 늘기 힘들 것이란 게 현지의 반응이다. ◇무안 이미 허가구역 묶여 부동산 시장은 한산
외지 업자들도 대부분 철수 투자자 도청이전에 더 관심…인근땅값 평당 30만원 달해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4시간 남짓 내려가면 도착하는 무안. 무안군청에서 2분 여 차를 타고 나가니 무안읍, 청계ㆍ현경ㆍ망운면에 걸친 기업도시 선정지인 전답 1,220만 평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른 지역과 달리 땅이 평평하고 산이라고는 나즈막한 병산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현경면 너머로 공사가 한창인 무안국제공항이 보였고, 광주까지 20~30분 걸리는 무안ㆍ광주간 고속도로도 서서히 골격이 드러나고 있었다. 무안군청 자치개발지원과의 박성근 계장은 “이곳을 방문한 기업들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넓게 평지만 펼쳐진 지역이 있다는 데 놀라움을 표시했다”며 “산을 깎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개발도 쉽고, 이곳 주민들 역시 기업도시에 포함된 것을 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안 기업도시의 장점은 아직까지 땅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거래가 뜸해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시기에 맞춰 외지 부동산업자들이 몰려들었지만 거래가 여의치 않자 거의 철수해버렸다. 현재는 전답이 5만원 대에서 주민들끼리의 거래가 일부 있을 뿐 투자를 위해 외지에서 찾는 발길은 거의 없다. 무안읍 성남리 종합공인의 정한식 사장은 “처음 기업도시 얘기가 나올 때 외지에서 온 부동산업자들은 골탕만 먹고 나갔다”며 “땅주인들이 땅값을 평당 2만~3만원씩 높여부르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어 거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안 북쪽의 기업도시와 별도로 전남도청이 옮겨오는 무안 남쪽 일로읍, 삼향면 일대 남악신도시는 광주, 전남지역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도청 주변의 땅이 20~30만원까지 올랐다. 인근 죽산리도 일부 비싼 땅은 10만원을 넘어섰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전남은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중인 지역. 현재 65세 노인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에다 5년 뒤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무안 역시 농사지을 젊은 사람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어 지역 전체가 기업도시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길거리마다 기업도시 선정을 축하하는 각종 단체들의 현수막이 화려하다. 주민들도 들떠있다. 무안 읍내에서 만난 김종식(58) 씨는 “어제 선정소식이 발표되자 축포를 쏘고 잔치도 벌였다”며 “올해는 양파 농사도 잘 되고, 전남도청도 이사 오고, 기업도시도 유치하고 무안이 완전 뜨는 해”라며 즐거워했다. 박성근 계장은 “기업도시 신청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되지 않았으면 오히려 외지인에 의한 난개발이 우려됐고, 오는 11월1일 전남도청이 개청식을 하면 지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어 이후에 기업도시를 추진하긴 땅값이 너무 올라버릴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무안은 이번 기업도시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주 "지역발전 전기 기대" 땅값 단숨에 2배로
대한전선 사업대상지 주변 전·답등 평당 10만원 훌쩍…주택도 껑충 매물은 귀해 “아따! 새로운 꿈 이뤄졌당께” “무주에 마지막 희망을 걸겠습니다” 전북 무주군의 군도(郡都)인 무주읍에서 20㎞ 남짓 거리에 자리잡은 안성면. 시내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심심치 않게 보이던 플래카드가 읍내로 들어서면서 절정을 이룬다. 기업도시 시범지역 유치확정을 자축하기 위해 도로 곳곳에 10m가 멀다 하고 걸려 있는 플래카드에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기자가 현지를 찾은 지난 10일에는 읍내 중학교 운동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자축 행사까지 열려 흥을 북돋우고 있었다. 시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숙씨(40ㆍ여)는 “기분이 너무 좋다”라며 “땅값도 좀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휴일을 맞아 현지 땅을 보기 위해 이따금씩 서울 번호판을 단 고급 차량들이 시내를 드나드는 모습도 0@?눈에 띄었다. 땅 위치를 찾기 위해 차를 세우고 한 주민에게 길을 물으니 “왜, 땅사시게”하고 되묻는다. 안성면 일대는 기업도시 유치신청 때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에 큰 움직임은 없었다. 땅값이 들썩이면 으레 몰려들기 마련인 중개업소들 조차도 눈에 띄지 않는다. 시내에 있는 중개업소라야 오래전부터 영업해오던 D부동산 딱 한곳. 그나마 휴일이어서인지 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걸려 있었다. 하지만 기업도시 유치가 확정되자 마자 이지역 땅값은 2배가 뛰었다. 대한전선이 사업대상지로 신청한 금평리ㆍ공징리ㆍ덕산리 주변의 전답은 한달여전만 해도 5만~6만원선이던 평당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평당 50만~60만원선이던 시내 주택들도 평당 100만원대에 조차 매물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안성면사무소 관계자는 “기업도시 유치가 확정됐다는 얘기가 들리자 마자 인근 1만평 되는 전답이 10억에 매물로 나왔다더라”며 “얼마전까지만 해도 5억~6억원 하던 땅이었다”고 설명했다. 무주읍내 남양부동산의 홍정태 사장은 “설천면이 태권도공원으로 지정될 때 현지 땅값이 4~5배나 뛰었다”며 “기업도시 주변도 그만큼은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성면 장기리 덕유부동산 관계자도 “기업도시 후보지야 어차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주변 땅들은 벌써 들썩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무주읍내 일부 중개업소들도 사무실을 새로운 호재가 있는 안성면 쪽으로 옮기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의 이면에는 개발의 열풍이 몰고 올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예순씨(57ㆍ여)는 “관광지로 개발하다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한두곳”이냐며 “괜히 사람들에게 바람만 잔뜩 집어넣고 사업이 잘 안되면 상실감만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