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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굼뜬 행정' 자본시장 멍든다
입력1999-06-17 00:00:00
수정
1999.06.17 00:00:00
우원하 기자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이 예고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각종 제도개선을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관계기업들과 증권업계의 기업공개, 신규상장·등록, 새로운 업태의 증권사 설립추진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특히 기업공개와 상장·등록업무 절차를 변경하는 문제는 법 개정에 따른 하위 규정마련 작업이 금감원과 증권거래소의 신경전 때문에 지연돼 올들어 지금까지 기업공개가 단 한건도 이루어지지 못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재경부와 감독당국의 이같은 자세는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자신들의 올해 업무계획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굼뜬 행정에 멍드는 자본시장」이라는 업계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계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1일 개정(발효 4월1일)된 증권거래법에 따라 기업공개·상장을 원하는 경우 증권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서류를 첨부, 금감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절차가 바뀌었으나 이를 위한 하부규정 개정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를 원하는 기업들과 주간 증권사들의 공개·상장 작업이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
현재 기업공개·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약 40여개사로 알려져 있다. 이중 4~5개사는 최근 금감원이 「과거 제도에 의거해 공개·상장신청을 받겠다」고 함에 따라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도 증권거래법 시행규칙을 최근에서야 개정, 7월1일부터 시행토록 해 지금으로서는 감독원과 거래소가 작업을 빨리 마무리지어도 7월이 돼야 새로운 절차에 의한 기업공개·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기업공개가 같은 시기에 몰리면 수급불안으로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춘원(李春元) 금감원 감독10국장은 『법 내용이 사실상 바뀌지 않았으며 기업공개는 종전 제도 아래서 지금도 가능하다』며 제도 미비에 따른 기업공개 적체현상을 부인했다. 李국장은 이어 『하지만 상위법과 시행규칙이 변경됐기 때문에 지금 인수심사제도를 페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조항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증권거래법은 지난 2월1일 자본금 30억원 이상의 위탁매매전문 증권회사 설립을 허용하도록 개정됐지만 금감위가 구체적인 허가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이를 미루어 증시 활황기에 신규업종에 진출하려던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갑수(李甲洙) 금감원 감독6국장은 『현재 허가기준을 만들고 있으며 7~8월 중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뮤추얼펀드의 세제문제를 제도 도입기에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가 펀드 가입자들의 문의와 건의를 받고 지난 연초 뒤늦게 이를 정비한 바 있으며 선물거래소에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선물시장이 개소되고 나서야 검토에 착수하는 등 항상 시장의 환경변화를 뒤쫓아가는 뒷북행정을 펴왔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의 배경과 관련, 『재경부와 금감위가 정부조직개편작업의 와중에서 영역다툼으로 세월을 보내 각종 제도마련이 지연된 측면이 강하며 이헌재(李憲宰) 금감원장이 재벌 구조조정과 서울·제일은행 매각 등 감독업무 외의 구조조정작업에만 매달려 상대적으로 자본시장 관련 업무가 금감위·금감원 내부에서 소외돼온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우원하 기자 WH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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