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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상경제대책회의 깨어나나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지하벙커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청와대 지하벙커 비상경제상황실(워룸)에서 시작된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지난 2009년에만 40회나 열렸다. 국무회의(27회), 국가경쟁력강화회의(10회) 등을 제치고 대통령이 가장 많이 개최한 명실공히 국정 운영의 골간이었던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ㆍ1절 경축사에서도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하고 매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연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청와대가 올해 들어 월 2회 개최해 오던 국민경제대책회의를 4월부터 매주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같은 자부심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사실상 비상경제대책회의의 부활이다. 공교롭게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종료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외여건이 서서히 악화되더니 올해 들어 중동사태, 일본 대지진, 물가불안 등 악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청와대로서는 '우리가 직접 챙기지 않으니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여길 법도 하다. 과연 그럴까.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자동차세 감면 등 굵직한 재정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은 비상경제대책회의의 성과를 애써 깎아 내리겠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소한 미시정책에까지 대통령이 직접 관여해 정책 자율성을 훼손시켰다는 과(過)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경제정책의 큰 맥을 짚고 부처 간, 지역 간 갈등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할 청와대가 서민대출현장과 재래시장 등 정책의 '곁가지'에만 집착했다는 지적도 있다. 비상경제정부 체제 하에서 당장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착하다 출구전략 시기를 놓쳤다는 일각의 쓴소리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제는 서민의 실생활이자 정부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 5년 임기의 성공 여부는 경제로 판가름되는 만큼 대통령이 경제를 직접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제를 꼼꼼히 챙기는 것과 매주 회의를 주재해 그럴싸한 성과물을 만드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모든 것을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얼굴만 바라보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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