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김경준 진실게임으로 확산

대선 정국을 달구고 있는 ‘BBK 의혹’ 수사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김경준씨 간 진실공방뿐 아니라 검찰과 김씨 간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5일 ‘시사인’ 보도로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 유리하도록 김씨를 협박하고 회유했다”는 요지의 메모와 이날 오후 김씨를 접견한 이회창 후보 측 변호사의 주장이 검찰의 해명 및 이날 오전 발표한 수사 결과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 측 김정술 변호사는 김씨가 갑작스레 진술을 번복했다는 검찰 발표에 접견 신청을 했으며 김씨의 동의로 변호인 선임계를 내고 서울중앙지검 10층 접견실에서 8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보도된 메모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이 맞다”며 “검찰이 회유하고 협박한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장모와 나눈 필담 메모를 버리려 했으나 마땅치 않아 장모가 가져갔다”며 “서울구치소로부터 징벌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앞서 메모의 진위 여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검찰은 또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시도한 것은 김씨”라고 했지만 김씨는 “검찰이 12~16년형을 받을 수 있는데 협조하면 3년으로 낮춰주겠다고 해 ‘문서화해달라’고 요청했고 검찰은 ‘한국엔 그런 법이 없어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씨가 ‘이면계약서 위조혐의를 인정할 테니 불구속해달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씨 수사 전과정을 녹화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김씨는 이 부분 역시 구체적으로 부인했다. 김씨는 “2차까지는 영상녹화가 됐지만 고장이 났다고 해 3차부터는 녹화가 안 되는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았을 수는 있다”며 수사 전과정을 녹화했는지에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이 협조하면 김씨의 미국 민사재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모 내용도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어떻게 미국 민사소송에 (한국 검찰이) 문제가 없도록 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검찰이 ‘사법공조 차원에서 미 당국에 보내야 할 새로 조사된 (김씨에 불리한) 문서를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했다”고 반론을 폈다. 이회창 후보 측 김 변호사는 당분간 김씨 변호사로 활동하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파헤칠 계획이고, 김씨 누나인 에리카 김 역시 6일 새벽 검찰 수사결과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어서 검찰과 김씨 측 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