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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인간성 재교육 필요하다
입력2006-09-22 16:36:36
수정
2006.09.22 16:36:36
요즘 신문보기가 겁난다. 방송뉴스도 그렇다. 인간성이 마비되고 파괴된 자들의 끔찍한 패륜행위가 자주 보도되기 때문이다. 재산 때문에 부자간ㆍ모자간ㆍ형제간의 소송사건은 비일비재하고 병든 노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형제싸움을 벌이다 못해 집에서 내쫓는 불효자식들의 이야기도 어제오늘 처음 듣는 것이 아니다. 이런 패륜아들은 정작 자신이 늙고 병들면 제 자식들에게 똑같이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라도 있는 줄 아는 걸까.
박모(80)씨는 슬하에 아들 넷을 두었다. 늙고 병들자 그는 자신이 창업한 중소기업의 경영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겨줬다.
사회에 부정·불의·패륜 난무
다른 세 아들은 대학까지 가르쳤지만 둘째아들은 고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일을 도우며 부모를 모셔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세 아들이 왜 둘째아들만 편애하느냐고 아우성치며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둘째아들은 형에게 사장직을 넘겼지만 형제들은 그를 생산직으로 밀어냈다가 해고해버렸다.
그 뒤 둘째는 막노동을 하며 부모를 모시다가 생활고를 못 이겨 지난해 12월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셋째아들의 집에 잠시 모셔두었다. 그러자 큰형에 이어 사장이 된 셋째아들은 부모에게 “왜 우리 집에 찾아왔느냐, 밥 얻어먹으러 왔느냐!”고 소리쳤고, 집에 냄새가 난다면서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가스와 난방장치도 끄고 전화코드까지 뽑은 채 부부가 여행을 떠나버렸다. 병든 노부부는 사경을 헤매다가 6일 만에 경비원에게 발견됐으나 결국 박씨는 숨지고 어머니(78)는 7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고 가까스로 소생했다.
또 연예인 지망생 오모(24)양은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가족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썼다가 50억원의 재산을 모두 날려버리기도 했다. 이기적이고 허황된 꿈에 가족을 알거지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시어머니 뺨 때리는 패륜 드라마가 이런 패륜녀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평생을 농사와 막노동으로 자식 뒷바라지를 한 민모(72)씨는 아들 부부가 3,800만원을 빌려가면서 생활비도 주겠다고 했지만 단 한 푼도 갚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아들 빚을 대신 갚느라 남은 재산까지 모두 없애고 생활고에 허덕이는데 돌아온 것은 며느리에게 멱살을 잡히고 욕설을 듣는 패륜뿐이었다. 게다가 이 인면수심의 아들 부부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어머니의 문병도 오지 않았다. 민씨는 결국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시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날 시어머니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대드는 패륜 며느리도 있다. 이런 패륜자식의 구박과 불효는 일일이 예를 들기도 힘겨울 지경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사람들도 바뀌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상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 변화가 좋은 방향,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나쁜 방향, 좋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매우 걱정된다. 사회 곳곳에서 부도덕한 현상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풍양속은 날이 갈수록 사라져버리고, 윤리도덕은 실종된 지 오래며, 온갖 부정과 불의와 패륜이 난무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시대의 변화나 세대간의 갈등 때문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인간성이 황폐화하고 파괴돼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세태가 변한다 해도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적 가치기준까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현상이 빚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인간교육의 부재를 먼저 꼽을 수밖에 없다. 가정교육도 있으나마나 했지만, 학교교육이 ‘인간’을 만들기보다는 오로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기계’만 양산한 탓이다. 부모에게 불효하고 형제간에 우애 없고 돈 몇 푼에 사람을 마구 죽이는 비인간들이 횡행하니, 이 시대를 가리켜 불신시대ㆍ패륜시대ㆍ말법시대라 하는 것이다. 가히 말세적 난세라 하겠다.
도덕적 가치질서 회복해야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 사회의 도덕적ㆍ윤리적 가치질서가 급속도로 뒤죽박죽이 돼버린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지도층부터 썩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자식을 잘못 가르친 자들이 지도자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도 못한 자들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설쳤기 때문이다. ‘거짓말대왕’이니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는 지도자와 그 정권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게 효도는커녕 불효로 은혜를 갚는 패륜아들이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면 무엇하고 돈이 많으면 무엇하나. 제 부모에게도 잘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높은 자리에 앉아서 남들을 가르치고 이끌겠는가.
인간성 교육을 다시 해야 한다. 사회가 더 병들고 나라가 더 나빠지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인간성 교육을 강화해 윤리도덕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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