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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식회계 과거청산 기회줘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9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과거 분식 해소 관련 애로실태 및 보완과제’ 보고서는 기업들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과거의 분식회계 처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업체의 85.6%가 과거 분식회계로 인해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빈번한 제기 가능성을 우려했으며 이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면제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는 분식회계ㆍ허위공시ㆍ주가조작 등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보았을 때 한 사람이 소송을 제기, 승소하면 같은 손해를 당한 나머지 투자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내년 1월1일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ㆍ등록 기업들에 먼저 실시되고 오는 2007년부터는 모든 상장ㆍ등록법인으로 확대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과거의 분식회계다. 허위공시나 주가조작 등의 요건은 기업들이 제도시행 후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과거의 분식회계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치고 분식회계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기업의 회계 및 경영 투명성 문제가 부각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들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긴 사안이 아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필요에 따라 이익을 부풀리거나 줄이는 등 관행적으로 분식회계를 해온 것이 그간의 경영 풍토였다. 전경련 조사에서 과거분식회계로 소송남발 가능성을 우려한 기업이 85.6%에 달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한 수의 기업이 분식회계 사실이 있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의 분식회계는 비록 그것이 과거의 것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또 관행이었다는 점이 면책의 사유가 될 수도 없다. 다만 이를 원칙대로 처리할 경우 기업들의 우려처럼 줄 소송 사태가 벌어지는 등 큰 혼란이 예상되고 기업들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줄 수 있다. 분식회계가 거의 모든 기업에 다 해당된다고 할 정도이니 그 후유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증권집단소송제의 취지가 과거의 잘못을 캐내 처벌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거 분식행위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국회는 과거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고 증권관련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재계의 목소리를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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