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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MB는 무엇을 실패했나

일관성 없는 실용으로 국민·기업 모두 등지고<br>측근비리로 민심 이반… 지친 민심 '복지' 선택


민심의 흐름은 정말 무섭다. 5년 전만 해도 그 중심에는 성장, 발전, 그리고 이명박이 있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정부와 여당에서는 끊임없는 서민을 부르짖었지만 실제 국민들에게 다가온 것은 부동산값 폭등, 양극화 심화, 팍팍해진 삶의 질이었다. 이에 국민들은 현대그룹 신화의 주인공인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민주세력에게 맡겨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 생활뿐인 것을 보면서 성장과 개발세력을 선택했다. '7ㆍ4ㆍ7'로 대표되는 이 대통령의 성장노선을 택하면 양극화가 해소되고 서민들의 삶이 나아질 줄 알았다.

그렇게 4년, 이제 국민들은 이 정부를 욕한다. 서민뿐만이 아니고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불만과 불평이 머리 끝까지 차 있다. 서민들은 '봉급 빼고 모든 것이 올랐다'며 생활고를 한탄한다. 중산층은 빚내서 산 하나뿐인 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정부를 욕한다. 기업 역시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프렌들리라고 해서 좋아했는데 갈수록 기업을 옥죄니 '이 정부가 친기업 맞나'하는 생각뿐이다. 보통의 경우 정권출범 초에는 기업들을 옥죄다가 정권 말이 되면 풀어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정부는 정권 말까지 기업들을 못 살게 구니 더욱 불만이다.

그럼 MB정부는 잘한 것은 없나. 가장 큰 성과라면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 극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담당공무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우리와는 상관없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번진 문제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우리의 외화유동성이 바닥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이 유지된 것도 큰 성과다. 리먼사태 발발 다음해인 2009년 재정수지 적자가 크게 늘기는 했지만 이후 감소하면서 균형재정 달성목표 연도를 2013년으로 앞당기기까지 했다. 전자ㆍ선박ㆍ철강 등 주요 산업 부문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오른 것도 성과다.

양극화 역시 체감도와는 다르게 2010년 통계를 보면 개선되는 추세다. 지니계수는 2008년 0.314에서 2010년 0.310으로 낮아졌고 소득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5.71에서 5.66으로 줄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공평함을 나타낸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 평균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역시 낮을수록 공평함을 표시한다. 이 밖에도 한ㆍ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한ㆍEU FTA) 발효, 한미 FTA 비준, 주요20개국(G20) 개최, 동계올림픽 유치 등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정부가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철학의 부재, 정치적 일관성, 방향성의 상실이다. 집권초기 747로 대표되는 성장정책과 기업 프렌들리는 촛불사태 등을 겪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면서 이 대통령은 중도노선을 선언했지만 오히려 진보계층은 물론 보수층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결국 실용노선이라고 하는 것이 정치적 일관성 없이 '여기서는 이 말, 저기서는 저 말'하는 무방향성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돌아섰다.



철학과 일관성의 부재는 자연스럽게 세력의 부재를 낳았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다 보니 이 대통령 세력 역시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형성됐다 사라졌다.

여기에 인사실패라고 하는 뇌관이 추가된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시작한 MB정부는 부자, 특권층만의 정부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굳어졌다. 이어진 여러 차례 개각에서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회전문 인사'로 그 같은 국민들의 인식은 더욱 굳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러난 내곡동 사저문제, 이상득 의원 측근 비리, 청와대 측근인사 비리 등은 민심이반의 결정판이었다.

1년 뒤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실용에 지친 국민들은 이제 복지를 선택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복지확대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다. 5년 뒤 우리 민심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또다시 이제는 성장이라고 돌아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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