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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시프트] <2부> ④ 분노한 99%

탐욕·불평등에 반발 "거리로"…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체제<br>지구촌 분배 갈등 갈수록 증폭<br>권력 향방 가를 최대변수 부상<br>美·유럽 등 부양·복지재원 바닥<br>뾰족한 해결책 못찾아 골머리


지난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protester)'를 선정했다. 월가 점령 시위대를 비롯해 독재정권에 저항해 일어났던 아랍 민중, 부정선거에 분노한 러시아 시민들, 빈곤에 시달린 중국 농민공 등 일년 내내 전세계적으로 시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위자'들은 그 누구보다 주목을 받았다.

지구촌 곳곳에서 들불처럼 확산된 이들 시위의 성격과 전개양상은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공통분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심화되는 불평등과 양극화에 숨죽이며 살아온 99%가 상위 1%에 저항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에서도 암울해진 미래에 분노한 젊은 세대, 즉 앵그리 제너레이션이 시위를 주도했다.

이 같은 '99% 반란'의 끝은 어디일까. 일단 전세계 각국의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30년간 전세계를 주도했던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전받는 1%와 저항하는 99%=지난해 12월31일. 처음으로 월가 점령 시위가 시작된 미국 맨해튼의 주코티공원에는 5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2012년을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통해 시위대는 올해에도 1%의 탐욕과 불평등한 세계에 저항하는 99%의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하게 예고했다.

반월가 점령 시위를 최초로 기획한 칼레 라슨은 최근 미국의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99%의 저항은 시대정신(zeitgeist)"이라며 "오는 봄에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1%가 도전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분노의 근본원인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반 납세자들이 낸 정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다. 그 결과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들은 국가재정이 더 엉망이 되면서 복지축소나 연금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자들이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을 정도로 중산층의 경제적 고통은 심화됐다. 반면 위기를 초래한 월가의 금융자본 등 상위 1%는 여전히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인식이 99% 사이에 팽배해졌다. 중동 등 신흥국의 시위도 겉으로는 반독재 저항으로 보이지만 높은 실업률과 양극화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변화 압력에 직면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올해의 경우 전세계 각국에서 중요한 선거가 예정돼 있다. 어느 정당이든 정권을 잡으려면 99%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 유럽에서는 재정위기와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발해 이탈리아ㆍ스페인ㆍ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 등의 정권이 모두 교체됐다.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조차도 농민공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오는 10월 제5세대 지도부를 선출할 제18기 전국대표대회 대의원단에 이들을 포함시키기로 할 정도다.

올해도 사회적 부의 공정한 재분배를 요구하는 99%의 목소리가 커질 게 뻔하다. 그 과정에서 규제완화와 감세 등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은 주요 공격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세대는 사회 전반에 걸쳐 시스템 개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말 "올해 미 대선의 승패는 '세대 투표'가 가를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대다수인 월가 점령 시위대의 폭발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하지만 분노한 99%와 젊은 세대를 달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각국 정부나 정당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경우 재정위기로 경기부양이나 복지를 위한 재원이 거의 바닥이 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올해도 분배나 복지 문제 등을 놓고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될 게 뻔하다. 또 한편으로는 주요 선거가 예정된 만큼 대중의 밑바닥 정서를 외면할 수도 없다는 게 정치권의 딜레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경우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재정긴축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복지를 손질하는 한편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증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해 독재를 몰아낸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 역시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경제적 민주화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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