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홍콩의 상업중심지 몽콕 일대에는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친중세력이 등장해 시위 중인 학생들을 자극했다. 홍콩 경찰청 인근에서는 '홍콩정의'라는 단체가 홍콩 경찰에 식료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시위대가 모여 있는 에드머럴티 쪽으로 행진을 하려다 경찰의 저지로 반대 방향인 코즈웨이베이 쪽으로 가두행진을 벌였다. 리뤄위 홍콩정의 간사는 "일부 학생들의 의견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학생들에게 뺏긴 홍콩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반시위대에 홍콩 '삼합회'와 중국 정부가 보낸 특무대원들의 개입설도 나온다.
시민 간의 충돌은 보수 세력들에게 힘을 실으며 강경대응의 명분을 주고 있다. 렁 장관은 전일 TV 담화에서 "6일 오전까지 시위대에 점령된 청사 앞 도로를 정상화하겠다"며 "시위대가 3,000여명의 공무원의 출근을 막으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공공서비스를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홍콩 핑궈일보는 경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위대에 경찰이 최루액을 다시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 최대 쇼핑시즌인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계속된 시위에 상인들이 피해를 본 것도 시민 간 충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몽콩· 코즈웨이베이 등 대표적 상업지구에 있는 많은 상가가 시위로 인해 아예 문을 닫은 상태다. 보석·주얼리 업체인 주다이푸의 리윈푸는 "일부 상점은 시위 상황에 따라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지만 우리는 고가의 제품이라 이번 시위기간 동안 아예 휴점했다"며 "국경절 골드위크를 망쳤다"고 말했다. 택기기사인 진찬쉰도 "민주화에는 동의하지만 시위가 오래 지속되면서 생계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리서치 업체 번스타인은 홍콩 시위 여파로 명품 시계 업체의 하반기 글로벌 매출이 3%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정부청사 앞 도로에서 물러나지 않겠지만 대화를 위한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전일 밤 시위 현장은 흩어져 있던 시위대들이 에드머럴티역으로 모이며 움직일 틈도 없을 정도의 인파가 몰렸다. 시위대 관계자는 적어도 2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시민대표와 학생지도부가 연설에 이어 노래 공연 등이 펼쳐지며 지난 1·2일과 달리 조직적으로 시위 장기화를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시위 지도부는 렁 장관의 경고에 대해 시위를 해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의 공동대표인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는 "공무원들이 출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지만 시위대가 해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렁 장관의 경고가 무력진압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고 최루액을 대비한 마스크와 보안경 등을 준비해 바리케이트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위 지도부도 최악의 상황은 피하기위해 대화의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알렉스 초우 홍콩전상학생연회(HKFS)은 전일 밤 기자회견에서 "센트럴 점령은 결코 혁명이 아니다"라며 "경찰이 최근 일어난 시민 충돌을 방치한 데 대해 해명한다면 다시 대화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학생 지도부는 대화에는 렁 장관을 배제하고 온건파로 분류되는 캐리 램 정무 사장과만 대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도세력들은 렁 장관의 경고가 무력진압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하며 시위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일단 도로 점령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입법회 의원인 로치퀑 홍콩대 부교수는 시위대에 보낸 공개 e메일에서 "향후 몇 시간 내 일어날 일은 아무도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정부청사 출입문에서라도 떨어져 있기를 눈물로써 애원한다"고 말했다. 청먼퀑 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도 "현재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비극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공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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