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매결과만 따지는 편협함에서 벗어난다면 얘기는 좀 다르다. 유럽에 기반을 둔 미술전문 분석지 '아트팩트넷(ArtFact.net)'은 비엔날레나 미술관 등 공공기관 전시 이력 및 아트페어·경매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순위를 매긴다. 1,2위는 물론 앤디워홀과 파블로 피카소. 한국작가로는 37위의 백남준이 100위 내 유일하다. 그 다음으로는 영상작가 김수자(233위), 설치미술가 양혜규(291위)가 300위 내에 들었다. 이우환은 960위로 뒤를 이었다. 작가 이불(1181위),서도호(1288위)도 평가가 좋다. 전세계 미술가 44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순위에서 비교적 상위권에 랭크된 작가들은 모두 해외에 전속화랑을 확보하고 있다.
정연두(1481위)를 비롯해 구정아(1650위),김성환(1717위),장영혜중공업(1723위),세오(1735),임민욱(2169위),이수경(2848위),천경우(2910위),김홍석(2916),니키 리(3067), 이용백(3625), 김범(3922위) 등이 선전 중이다. 미술계에서 호평받으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이들 작가 상당수는 국내 대중에게 생소한 이름이며, 경매성적은 초라하다 못해 거래가 없기도 하다.
즉 경매와 가격만으로 미술가를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 좋은 배우를 관객 동원 수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미술품의 가치가 미술사라는 역사적 평가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지켜볼 작가를 경매실적 표에서만 찾을 수만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해외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러나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시장 중장기 발전전략을 위한 정책 중 하나로 제시한 '온라인 미술품거래 등록 사이트'에서 정찰제 공산품 시장과 현격히 다른 미술시장의 불황 탈출구를 찾겠다는 것은 더욱 위험하지 않을까. 가격정보도 중요하지만 총체적 평가와 장기적 전망을 내다볼 큰 그림의 시스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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