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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100개 대회 연속 컷통과도 가능할 것"

국보소녀 키운 한국 골프교습계 대부 한연희

국내 5승·미국 1승 적중… 박상현 등 제자들 시즌11승 합작

김효주 스윙 아직 완벽하진 않고 쇼트게임·퍼트도 보완해야

3년 전 체육훈장 맹호장 받아 … 공부하는 골프학교 만들 것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2일 경기 성남의 한연희골프아카데미에서 스윙 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성남=권욱기자

작은 사진은 지난 9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한 직후 김효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내 5승에 미국 1승 정도." 한연희(54) 전 국가대표 감독은 올 시즌 전 김효주(19·롯데)의 성적을 이렇게 예상했다.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2년 차 프로골퍼 김효주는 201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을 올리고 초청선수로 나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마저 제패해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도 찬스가 많았는데 퍼트가 안 되고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는지 2등만 3번을 했어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으니까 올해는 욕심을 보태 예상을 했던 거죠" 한 감독은 김효주의 내년 시즌 성적도 '예언'했다. "한국 투어를 병행해야 하니까 미국에서 2승 정도 할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김)효주는 프로 대회에서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 한 번도 컷오프된 적이 없어요. 내가 보기에 100개 대회 연속 컷 통과도 가능합니다."

'국보소녀' 김효주를 키운 한국 골프교습계의 대부 한연희 감독을 만났다. 지난 22일 김효주 등 제자들의 전지훈련을 지도하러 태국으로 출국하기 전 그가 운영하는 경기 성남 남서울CC 내 한연희골프아카데미에서였다.

사람들은 김효주의 스윙을 완벽하다고 하지만 한 감독은 겨울 동안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운스윙 때 팔을 몸에 너무 붙이다 보니 임팩트 후 왼쪽 어깨가 뒤로 젖혀지는 부작용이 있어요. (핀까지) 50~80m 거리의 미들 어프로치 샷도 보완해야 합니다. 58도 웨지 하나만 고집하는데 미국의 다양한 잔디 환경에서는 54도나 52도로도 공략할 줄 알아야죠."

◇지도자 생활 중 최고의 한 해=김효주는 최근 중국에서 끝난 KLPGA 투어 2015시즌 개막전도 우승, 올 한 해에만 7승을 쓸어담았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박상현과 김우현도 한 감독의 제자. 이들이 2승씩을 올렸으니 한 감독은 지도자로서 11승을 수확했다. "주니어 선수들도 전국대회에서 5승을 했어요. 아시안게임 전관왕 때와 더불어 최고의 해를 보낸 셈이네요."

강원 춘천 출신인 한 감독은 1988년 KPGA 프로 테스트에 합격했다. 최광수·신용진이 동기생이다. 선수생활은 화려하지 못했다. 6년여를 뛰고는 허리 부상으로 접었다.

교습가로 일한 것은 1999년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3년 6월 국가대표 사령탑에 올랐는데 2011년 말까지 8년6개월 동안이나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대표팀 감독 시절에는 1년에 300일이 합숙이라 아내와 아들·딸에게 미안한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한 감독의 아내는 "결혼한 지 20여년이 됐는데 실제로 같이 산 기간은 10년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동안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2006년 도하, 2010 광저우) 전종목 금메달을 석권했다. 2009년 아시아태평양선수권에서는 사상 첫 우승이 터졌다.

한 감독은 2004년 KLPGA 올해의 지도자상을 타고 2007·2010년과 올해 KPGA에서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명교습가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 감독은 그동안 받은 상 중에 2011년 받은 체육훈장 맹호장이 가장 값지다고 했다. 박세리·최경주·박인비 등 골프선수가 이 훈장을 받는 일은 꽤 있었지만 골프지도자로서는 한 감독이 최초다. 서훈 포인트를 쌓는 데 걸린 9년의 시간 안에 그의 지도자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골프는 정직한 운동=한 감독의 휴대폰 첫 화면은 '바른 자세'라고 쓰인 휘호 작품 사진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골프도 자세가 중요하잖아요. 바른 자세로 쳐야 좋은 결과를 얻고 바른 마음 자세로 대해야 롱런하는 선수가 되지 않겠습니까" 바른 자세와 일맥상통하는 한 감독의 지도 철학은 골프는 정직한 운동이라는 것. 선수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말이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운동이기 때문에 자신을 속이면 안 된다는 뜻도 있지만 연습을 게을리하면 금방 탄로 난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골프는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항상 골프는 정직하다고 강조한다"며 "연습한 만큼 그대로 드러나는 게 골프"라고 했다. 그런 한 감독은 제자 복이 많다.



어릴 적 배운 선수는 베테랑이 돼서도 수시로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 조언을 구한다. 김효주 역시 미국으로 주 무대를 옮기면서도 코치 교체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덕분에 한 감독은 내년부터 미국 갈 일이 많아졌다. 그는 김효주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8년 동안 지도해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침착하고 총명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김효주는 친구에게 하지 못하는 말도 한 감독에게는 털어놓는다. "서로 믿지 못하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죠" 가족끼리도 허물이 없어 고등학교 2학년인 한 감독의 딸은 9월 에비앙 챔피언십 때 김효주의 통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마추어 2~3급 수준의 바둑 실력을 갖춘 한 감독은 "지난해까지는 국내 여자 투어 대회를 하면 우승 후보가 10명은 됐다. 그 중 컨디션 좋은 사람이 우승하는 거였다"고 돌아보며 "김효주는 지난해 우승 없이 한 해를 보내며 좋은 경험을 쌓았다.

올해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툭 튀어나와도 실력으로 그 선수를 앞설 수 있을 만큼 한 수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전반기에 퍼트가 잘 되지 않자 볼 마커(그린에서 볼을 집어 올릴 때 볼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놓는 동전 따위)를 볼 뒤에 너무 바짝 붙여놓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 감독은 "사소한 행동이지만 조바심의 표출이라는 생각에 마커를 뒤쪽에 여유 있게 놓으라고 했는데 후반기 들어 퍼트가 좋아지면서 우승이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공부하는 골퍼 위한 학교 설립이 꿈=김효주라는 초대형 히트상품을 발굴했지만 한 감독은 더 많은 김효주를 키워내고 싶어한다. 제2·제3의 김효주는 '공부하는 골퍼'로 키울 계획이다.

한 감독은 "교실과 훌륭한 골프연습장을 동시에 갖춘 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축구·야구 같은 종목들은 주중에는 공부하도록 주말 리그가 마련돼 있잖아요. 하지만 골프 주니어 선수들은 주말에 운동하려면 이용료 싼 골프장을 찾아 이동하는 데만 7~8시간을 뺏깁니다" 한 감독은 "극장에도 성인과 어린이 요금이 구분돼 있는데 골프장에는 주니어 요금이 없다. 골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제 개선 등 정책적인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새 주니어 골프 선수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골프 유망주 육성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아카데미에서 눈에 띄는 유망주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한 감독은 끝까지 답변을 피했다. "선수가 저를 스승으로 인정해줘야 저도 제 제자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나중에 누군가 잘돼서 한연희한테 배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면 그때가 돼서야 저도 제 제자라고 자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골프교습가 한연희는

△1960년 강원 춘천 △198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입회 △2003~2011년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2006 도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녀 개인단체 금메달) △2011년 체육.훈장 맹호장 △현 한연희골프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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