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은 국제유가 때문에 세계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유가가 이틀 연속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67달러(3.3%) 떨어진 배럴당 106.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이틀간의 낙폭은 6%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이날 3.06달러(2.5%) 내린 120.92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유가하락을 이끈 것은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골드만삭스의 비관적인 시장 전망이다. IEA는 월례보고서를 통해 "100달러 이상의 가격 여건이 지속된다면 현재 예상되는 경기회복 속도와 양립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근 수 개월간 가파른 고유가로 인해 국제 원유 수요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피페 IEA 산업시장국장은 "지금은 (고유가 충격의) 아주 초기 단계"라며 "경제에 대한 고유가 충격은 앞으로 6~12개월 가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세계 원유 공급능력은 높은 반면 고유가로 수요는 부진해질 것이라며 수 개월 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5달러 수준, WTI는 3개월 이내에 100달러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동향도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리비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를 증산할 것으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실제로는 2~3월에 정체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사우디가 전월 대비 50만 배럴 가량 감산에 돌입해 하루 850만 배럴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 하락이 일시적 숨 고르기 인지, 조정에 따른 하락 사이클의 시작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BNP파리바의 톰 벤츠 수석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아직은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언제 수요가 조정을 받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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