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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월 12일] 한국을 등지는 기업인들

수도권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던 H 사장은 지난해 말 국내에 있던 공장을 폐쇄하고 사업기반을 베트남으로 완전히 옮겨버렸다. 십수년간 국내에서 사업해오던 그가 이처럼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바로 환율 탓이었다.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로 꼽히기도 했던 그였지만 2~3년 전 환율 등락에 따른 손실 방지를 위해 가입한 환변동보험이 문제였다. 회사는 이 바람에 1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고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결국 부도 처리되고 말았다. 그는 "평생을 바쳐 일궈온 사업체가 별다른 구제도 받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정이 뚝 떨어져 미련 없이 떠나기로 했다"며 "나중에 여건이 좋아지더라도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H 사장의 사례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을 등지는 기업인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이나 금융지원에 대한 아쉬움, 거래 대기업에 대한 서운함 등을 가슴에 안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 땅을 떠나고 있다. 최근 기업들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진 환변동보험 사태도 소송을 제기했던 영세업체들에는 크나큰 절망감을 안겨줬다. 물론 수출보험공사에서 피해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균등분할상환이나 특례보증대출을 알선해주기도 했지만 연매출이 수십억원에 머무는 수출기업들로서는 쉽게 벗어나기 힘든 수렁일 수밖에 없었다. 소송에 참여한 업체들은 어떻게든 생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마저 거부당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창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키코(KIKO)사태도 마찬가지다. 피해기업들은 최종 판결여부와 상관없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제도권의 한결 같은 행태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해 들어 정부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을 위한 각종 지원책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현장에서는 퍼주기식 지원여부를 떠나 그저 마음 편히 기업할 수 있는 분위기라도 만들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초체력이 약한 영세기업들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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