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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인턴 예산이 고위층 자녀 배낭여행비로"

■ 재정사업 얼마나 부실하길래<br>명단에 부잣집 자녀 수두룩… 해외 취업률은 제로 수준<br>빈곤 탈출자에 사망자 넣어 자활사업 실적 부풀리기도<br>"부처간 정책 칸막이 해소 컨트롤타워도 일원화해야"


지난 2006년 기획재정부 의뢰로 노동부의 해외청년인턴 사업 성과를 심층 평가하던 심사위원들은 깜짝 놀랐다. 2004년 이후 1인당 최고 500만~600만원씩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해외인턴으로 나간 청년들의 명단을 뽑아보니 부모가 사회적으로 고위직에 있거나 부자인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서방 선진국으로 인턴을 다녀온 수백명 중 해외 취업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잣집 자녀들 배낭여행비를 보태준 셈이 됐다. 또한 다른 부처에 비슷한 사업이 있어 예산 중복지출 우려도 컸다. 이에 따라 해외청년인턴 사업은 폐지됐으나 이상하게도 몇 년 뒤 부활해 눈총을 사고 있다.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온 각종 재정사업의 부실로 예산이 낭비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2006년부터 도입된 재정사업 심층평가의 주요 심사위원들을 인터뷰해보니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쏟아 부은 예산이 관련 부처ㆍ기관의 관리소홀ㆍ사업중첩 등에 따라 헛돈으로 전락한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중소기업청이 균형 있는 지방경제 발전과 고용확대를 위해 추진했던 '창업기업투자보조금 사업'만 해도 재정부의 의뢰로 심층평가가 이뤄진 결과 창업ㆍ고용증대 효과가 미미했고 심지어 보조금이 일부 지역에 편중 지원돼 되레 지역불균형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창업비용 지원, 융자ㆍ보증 등 유사한 재정사업이 수십가지나 돼 예산 중복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저소득층의 자립을 도와 가난 탈출 돕겠다는 목적으로 추진해온 자활근로사업의 경우 되레 빈곤층의 취업과 자립을 저해하고 있다는 심층진단 결과를 받았다. 자활근로 사업을 심층 평가했던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활 사업의 성과지표를 당국자들이 엉터리로 관리해 심지어 실직자가 사망해서 자활근로 사업을 더 이상 신청하지 않자 취업해 빈곤을 탈출한 실적으로 넣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의 주요 재정 사업이 심층진단 결과 무더기로 불량 판정을 받은 것은 각 부처가 애초에 사업목표 등을 잘못 선정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탓이다. 현행 재정사업 평가체계는 '성과관리목표 제도(각 부처 주관)→재정사업 자율평가(각 부처 주관)→재정사업 심층평가(재정부 주관)'의 3단계로 이뤄진다. 이 중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일종의 중간평가인 성과관리목표와 자율평가 단계에서 '팔이 안으로 굽듯' 합격점을 남발하며 초기에 사업 부실을 막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자율평가 시 일종의 상대평가 원칙을 도입해 전체 평가 대상 사업 중 우수ㆍ보통 등급을 받을 수 있는 비중을 제한하고 일정 비율은 반드시 불합격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부처가 서로 비슷한 사업을 중복 추진해 발생하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유사 사업에 대해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고 부처 간 정책 칸막이 해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뿌리산업 육성책'에 해당하는 제조업 기반기술 고도화 사업을 경제산업성ㆍ후생노동성ㆍ문부성이 함께 협력해 추진하고 정책백서도 공동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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