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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신화·종교 보다 더 마법 같은 과학 이야기

■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영사 펴냄)<br>인류 진화·머피의 법칙 등 과학·합리적 논리로 설명<br>환상·非 과학장막에 갇힌 독자들 이성·지각 일깨워



마법(magic)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초자연적 마법은 과학적 기법이 발달하기 전 세상을 설명하려고 의지했던 마법이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누트 여신이 태양을 삼켜 밤이 온다고 설명했다. 바이킹들은 무지개가 신들이 땅으로 내려올 때 쓰는 다리라고 믿었다. 일본 사람들은 지진을 설명하기 위해 거대한 메기의 등에 세상이 얹혀 있다고 상상했다. 흥미롭고 특별한 이야기다. 다른 종류의 마법도 있다. 현실의 마법, 바로 과학이다.

저서'이기적 유전자'로 잘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가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사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세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왜 나쁜 일이 벌어질까''우주에는 우리뿐일까'등 열두 가지 질문을 던지며 이에 관한 신화나 종교 이야기보다 더 마법 같은 현실의 마법(과학)을 또 한 번 펼쳐 보인다.

이야기는 도킨스의 흥미로운 상상실험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현재 나의 사진 위에 아버지와 할아버지, 증조부 등 조상의 사진을 차례로 쌓아가는 상상 실험을 벌인다. 아주 오래 전 우리가 태어나기 한참 전으로 되돌아가는 상상을 해보자. 본인 사진을 한 장 꺼내놓고, 그 위에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의 사진을 차례로 쌓아간다. 고조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렇다면 1억 8,500만 장째 사진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놀랍게도 사람이 아닌 물고기. 도킨스는 "한두 장의 사진, 즉 한두 세대로는 점진적인 진화 과정을 전혀 발견할 수 없지만 '사진'이 쌓여 갈수록 호모 에렉투스, 유인원, 원숭이를 닮은 포유류 등을 거쳐 물고기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이어 "진화의 어느 순간 갈라져 나온 지구의 모든 생물들은 결국 '친척'이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나쁜 일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머피의 법칙'이 아닌 과학적 접근, 합리적 사고로 설명한다. 유대 신화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를 먹었고, 그 일로 세상의 온갖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여긴다. 혹은 선한 신들과 악한 신의 알력 다툼으로 나쁜 일이 벌어진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도킨스는 "나쁜 일도 좋은 일도 확률에 의거해 응당 벌어져야 하는 횟수보다 더 많이 벌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주는 마음이 없다. 감정도 인격도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해치거나 기쁘게 하려 도모하지 않는다"며 "나쁜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왜 나쁜 일이 벌어질까?'보다 '왜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물어야 합리적이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저자는 자신의 주무대인 생물학을 넘어 천문학, 물리학, 통계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주의 비밀을 '과학적인 사실'로 증명해 보인다. '이렇게 명명백백한 증거를 제시하는데도 여전히 신화와 환상, 비 과학의 장막 속에 잠들어 있을 것인가'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이성과 지각을 다시금 흔들어 깨운다. 2만 2,000원.

◇리처드 도킨스는=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난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다. 무신론자이며 철저한 인본주의자, 회의주의자, 과학적 합리주의자 및 브라이트 운동 (초자연주의나 신비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것)지지자다.'이기적 유전자'(1976)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기계'라 했고, '만들어진 신'(2006)에서는 "신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과학적 사고와 진화론의 수호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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