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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경쟁,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입력2006-08-03 16:38:14
수정
2006.08.03 16:38:14
미국립공원 옐로스톤에서는 그곳에 살고 있는 엘크와 곰에 관광객들이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손쉽게 먹이를 받아먹던 야생동물들이 공원이 문을 닫는 겨울 동안 대다수 굶어죽었기 때문이다. 먹이를 두고 다툴 일도, 힘들여 사냥할 일도 없어진 동물들이 겨울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서서히 잃어갔던 것이다.
기업이 빨리 도태되려면 구성원들에게 되도록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일정한 지위와 보수를 줌으로써 누구나 별 노력 없이도 적당한 위치를 유지할 있도록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그 기업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만 받아먹던 야생동물의 처지가 돼서 곧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경쟁력 있다’는 말은 주위에 적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싸움의 상대가 안되는 어린아이와 팔씨름에서 굳이 이기려 드는 어른은 없다. 오히려 약자에게는 일부러 슬며시 꺽여주면서도 강자를 상대로는 죽을힘을 다해서 한번쯤은 겨뤄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래서 강자의 주위에는 항상 적이 많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약점이나 치부가 더 많이 드러나고 그래서 자칫 흔들려 떨어질 수 있는 삶의 위험도 커진다. 그러다 보니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삶의 강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더 피곤해진다.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곳은 가장 낮은 곳이다. 땅속이나 땅 위를 기어다니는 벌레에 맹수가 눈독을 들이지는 않는다. 약자는 배려해도 강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오히려 그 한정된 위치를 탐내는 이전투구로 항상 공격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인생은 경쟁의 연속이다. 가족과 같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회 생활은 끊임없는 ‘점수 따기’, 한정된 자리다툼의 연속이다. 세상이 나에게 매기는 채점 행위는 냉정하고 때로는 불공평하게도 느껴진다.
경쟁이 그저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그저 피하고 싶은 것이라면 삶은 고단함의 연속일 뿐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의 가장 큰 행복이나 희열을 주는 조건 또한 경쟁이다. 도저히 물리치기 어려울 것 같던 상대를 이겨낸 순간만큼의 희열이 또 있을까.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뿐이다. 더 치열한 경쟁구도에 내몰릴수록 더 많은 성취의 기회가 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쩌면 우리는 거의 전생애를 두고 바로 그 경쟁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어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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