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지구촌 환율전쟁 가열/현황과 전망] “디플레 막자” 자국통화 힘빼기 경쟁

최근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이 동반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각국간 환율전쟁이 이에 맞물려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거듭되는 강 달러 정책 천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일본과 유럽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방어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실 각국간 환율전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 등 이머징마켓 국가까지 나서 환율을 둘러싼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전쟁은 디플레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전례없이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자칫 세계경제에 심각한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환율정책, 디플레 타개 위한 주요 수단 떠올라=지난 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강한 통화=강한 국력`이라는 등식이 통용돼 왔다. 통화 가치가 상승하면 구매력이 높아지고 국내 자산가치도 상승, 국부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각국의 환율정책 방향은 평가절하를 추구하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는 국가간 무역이 늘어나면서 경제 규모가 크든 작든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됐고, 이를 위해서는 유리한 환율 여건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국내 자산가치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늘어난다. 외국인의 직접투자 증가는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등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최근처럼 디플레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는 인플레 유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환율정책은 최근 금리나 재정정책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금리ㆍ재정ㆍ환율 등인데, 현재로서는 3가지 정책 중 환율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일본, 유럽 등 3대 경제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로금리`로 대변되는 낮은 금리로 추가 금리인하의 여지가 적은 상태며, 재정적자 역시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환율정책이 최근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美, 강 달러 천명 불구 약 달러에 무게 중심=최근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존 스노 재무장관을 통해 약 달러 용인을 시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강 달러 정책 고수 입장을 천명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약 달러를 용인하겠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본심이라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강 달러 정책 고수 발언은 투자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것. 약 달러는 무엇보다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 시켜 미 기업들의 실적을 호전 시키고, 기업 실적이 호전되면 투자 증대 및 고용 창출은 물론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약 달러는 수입 상품의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에 최근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디플레 위기를 방지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약 달러를 통해 일본과 유럽을 자극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일본과 유럽이 고통을 수반하는 구조 개혁에는 본격적으로 손을 대지 않은 채 미국에 대한 수출만으로 디플레에서 벗어 나려 한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약 달러를 통해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면 일본과 유럽이 내수 촉진과 구조 개혁에 본격 나설 수 밖에 없는 등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리스크 커 장기적 약 달러 용인 어려울 듯=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진행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은 상태다. 자칫 달러 하락 속도가 지나치면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미 증시와 채권시장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엔화의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국제 외환시장에 지속 개입, 달러를 매수하고 엔화를 매도하는 방법으로 엔화 상승을 저지하고 있다. 유럽은 외형적으로 유로 강세를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리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유럽 통화당국에 유로의 추가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만일 일본과 유럽이 환율 방어에 본격 나설 경우 전세계적인 통화팽창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경제 회복 모멘텀을 약 달러에서 찾는다하더라도 이를 장기적으로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