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간) 글로벌 해킹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중국에서 최근 사이버 보안업체들이 생겨나며 보안 관련 기술을 가진 젊은 해커들이 속속 이곳에 흡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버 공격에 시달리는 중국 기업이 급증하고 시스템 보안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기 시작하자 블랙햇보다 기업들에 도움을 주는 화이트햇으로 활동하는 편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블랙햇이란 악의적인 목적으로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해 정보를 빼돌리거나 소프트웨어를 망가뜨리는 불법 해커를 지칭하는 말로 서부 영화의 악당들이 주로 검은색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오는 데서 유래됐다. 반면 화이트햇은 보안 시스템에서 취약점을 찾아내 이를 개선하는 보안 전문가다. 서부 영화에서 착한 주인공들은 대개 흰색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온다.
불법 해커 생활을 청산하고 화이트햇으로 전향한 한 해커는 "이제 해커로 나쁜 짓을 하기 어렵게 된 반면 화이트햇으로는 돈을 벌거나 활동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해킹이 급증하면서 중국 정부는 5년 전부터 해킹단체 소탕에 나서왔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사이버안보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지정한 바 있다. 중국 사이버보안 사업 성장세는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로이터는 현재 중국의 사이버보안 업체가 수십 곳에 달하며 이곳에서 일하는 젊은 보안 기술자들 중에는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같은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의 경력을 가진 이들도 다수 포함됐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시절 외국 사이트를 해킹하다 알리바바 근무를 거쳐 현재 상하이에서 인터넷 보안 관련 사이트인 벌박스닷컴(Vulbox.com)과 프리버프닷컴(FreeBuf.com)을 운영하는 장톈치(23)는 "중국에서 정보 보안을 중요시하는 추세가 생겨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보안사정은 여전히 취약하다. 중국 국가컴퓨터네트워크긴급대응기술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에서 적발된 데이터 유출 사례는 총 9,068건으로 전년 대비 세 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대표 보안업체 치후360도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중국 국가기관부터 운송업체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이버해킹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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