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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현지 적응, '다름'을 받아들여라-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


필자는 2013년 7월 한국에 왔다. 한 달 후 가족들도 이곳에 정착했다. 2년째를 맞은 지금, 가족 모두 한국 생활을 마음에 들어 한다. 앞으로 2년 더 머물 생각이니 그동안의 생활을 돌아보기에 딱 좋은 시점인 것 같다.

필자에게는 아들 아드리안(14살)과 딸 아멜리(10살)가 있다. 아내는 독일의 국제학교 교사로 영어와 음악을 가르쳤으며 한국 외에도 미국 하와이·영국·나미비아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이주에 앞서 서울 여행을 한 아내는 이곳으로 오는 데 적극적이었다.

반면 아이들은 해외 거주가 처음이었다. 아이들이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이곳의 문화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했다. 아들과 딸은 전 세계 학생들이 모이는 한남동의 독일학교에 다니며 각각 배드민턴과 태권도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요즘에는 길거리 교통 표지판을 읽으며 자랑스러워하곤 한다. 친구도 금세 생겼다. 이들은 학교와 서울 생활 속에서 접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불편함이 아닌 혜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질적 문화에 동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옳다-그르다'는 이분법 이상의 여러 방식이 가능하다는 수용적 태도 말이다. 간혹 자신의 방식보다 더 현명한 방식을 발견할 때도 있다.

아내는 자신처럼 한국 생활 경험이 짧은 사람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덕택에 이제는 서울 독일클럽(German Club Seoul)의 대표를 맡아 다른 독일인들의 정착을 도울 정도가 됐다. 외국인들을 위한 각종 행사나 강연회 등도 도맡는다.



현지 언어도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필자가 처음 배운 외국어는 라틴어고 다음은 영어·불어와 스페인어였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현지 문화의 가치와 윤리를 더욱 이해할 수 있다. 그 언어를 얼마나 잘 구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에서 한국 파견을 제안 받았을 때 필자의 상사는 한국어도 공부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체 없이 시작했다. 한국어의 가족관계 구분은 영어나 독일어보다도 다양하고 세밀하다. 한국 문화에서 가족관계, 더 나아가 사회에서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만일 한국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서양식 사고로는 이 같은 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처음에는 알파벳 표기를 통해 한글을 읽었지만 지금은 한글 그대로 읽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도 한글이 아닌 한자로만 표기돼 있으면 곤란하기는 하다. 이처럼 한글을 배우면서, 또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면서 오히려 모국어인 독일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각국 문화를 쉽게 이해하게 되면서 일말의 존경심까지도 생겼다. 배운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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