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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1일 '조만간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하면서 대선 정국이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은 사실상 안 원장의 대선 등판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안 원장의 가세로 향후 민주통합당과의 단일화 등 대선 시계는 더욱 숨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안 원장 측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끝나는 대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을 뿐 대선 출마 여부 그 자체를 두고서는 입을 다물었다.
안 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의견을 듣고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직접 말하겠다'는 안 원장의 약속을 실천할 시점으로 (민주당 경선 후가) 적절하다는 판단"이라며 "대선 출마 여부 자체는 본인만 아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민의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겠다'는 것은 기존 얘기와 다를 게 없는 것 아니냐"면서 "민주당 경선 이후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점은 예견돼왔던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시점이 미묘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은 당 경선 논란을 두고 민주당이 쇄신 의원총회를 진행하며 '안철수 현상을 극복하고 민주당 후보로 승리를 이뤄내자'고 결속을 다진 날이다. 또 안 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 이후 오히려 문재인 후보와 안 원장 간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여론조사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비록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으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오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 관련 양자대결에서 39.5%를 기록해 37.1%에 그친 안 원장을 제쳤다. 안 원장 대비 문 후보가 우세한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문 후보 대비) 지지율에서의 역전 사태나 문 후보를 지지한 김기덕 감독의 발언 등 여러 가지로 뒤처진다고 생각을 하면서 치고 나가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날 안 원장 측이 입장발표 시점을 민주당 후보 선출 뒤로 밝힌 만큼 안 원장의 출마 여부 발표는 오는 16일 혹은 23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그 방식이나 향후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다. 안 원장이 '대화와 소통'을 강조해온데다 청년들과의 청춘콘서트로 인기를 끈 만큼 대선 출마 선언도 이색적인 이벤트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안 원장이 '제3신당'을 창당할지,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또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응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해 안 원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송호창 민주당 의원은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신당 창당 가능성은 상당히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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