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新 레드 콤플렉스

이용웅 경제부장 <a href="mailto:yyong@sed.co.kr">yyong@sed.co.kr</a>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좋아 죽겠다는 사람들보다는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많아 보여도 세상은 그런대로 흘러간다. 한쪽에서는 경제가 말이 아니라고 줄기차게 외쳐대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목숨 줄이 끊어질 만큼 아주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오지도 않는 그런 애매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인지 사회 격변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치투쟁은 오래 전부터 약해져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사상투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우선 두 가지만 살펴보자.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철거 논쟁이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국회에서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쌀 협상 비준안이 그것이다. 기자는 그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은 지금 ‘신(新) 레드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우리 사회는 ‘레드콤플렉스’로 큰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다. 물론 지금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 ‘레드콤플렉스’는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는 대통령을 빨갱이로 비난하는 이야기도 버젓이 나돌고 있으니 그 뿌리 깊음을 말해 무엇할 것인가. 어쨌든 우리 현대사에는 빨갱이로 내몰아 모든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되던 시대가 있었다. 오죽하면 ‘막걸리 보안법’이라는 말도 나왔겠는가. 서민들이 막걸리를 마시다 보면 정신이 오락가락해 정부 욕도 하기 마련인데 재수 없으면 사찰요원에 걸려 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들어가는 일이 하도 많아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ㆍ사회적인 이슈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신(新) 레드콤플렉스’에 걸려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금 사회 한쪽에서 전개되고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의 철거논쟁을 살펴보자. 맥아더 동상의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맥아더 장군이 우리나라의 (북한 주도의)통일을 막은 원흉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맥아더 장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는 주장이 덧붙여지고 그가 양민학살을 직접 지시했다는 말도 흘러다니고 있다. ‘레드콤플렉스’가 진동했던 옛날 같으면 당장 감옥에 끌려갈 주장이지만 요즘에는 버젓이 실명으로 그 같은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텔레비전에 나와 토론도 벌인다. 좋은 일이다.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맥아더 장군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다만 미국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미국이라고 하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반대해야 직성이 풀리고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는 집착이 혹여 ‘신(新) 레드콤플렉스’로 변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좌파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자신을 제발 빨갱이로 몰지 말라고 하소연 했지만 이제는 좌파라는 평가를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 지식인 사이에서는 혹여 미국을 옹호하는 발언이라도 한다면 ‘왕따’ 당하기 십상이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좀 그렇다. 비극적인 우리 근대사에 좀더 겸허하게 접근한다면 그 숱한 무리 중에 유독 미국만 비난할 일은 아닐 것이다. 쌀 협상 비준안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농업개방의 태풍 속에서 농민들에게 실리를 찾아줄 생각보다는 ‘미국 곡물 메이저 카길사의 세계 지배 야욕’과 ‘선진국들의 횡포’만 외쳐대고 있다. 우리나라는 늘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는 패배주의적 해방이론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도 과거처럼 보수와 진보 두 집단 사이에 대화가 그리도 어려운 것이다.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사람들간의 대화이니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