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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휴대전화까지 도청… 미국ㆍ유럽관계 급랭

주독일 미국대사 초치해 항의<br>NSA 스캔들 파문 일파만파<br>美·EU FTA 협상 악영향 우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유럽 핵심 동맹국 정상들의 전화까지 도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의 관계가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상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겨우 넘긴 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은 숨돌릴 새도 없이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전화통화로 해명을 해야 했다. 이러한 도청파문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 개인전화에 대한 도청의혹은 23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에드워드 스노든의 자료를 근거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미국이 총리의 휴대폰을 도청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해 수십년간 친구관계였던 양국 사이에 이런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대변인은 "총리가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했고 독일이 NSA 스캔들에 늑장 대응하는 미국에 격노하고 있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휴대폰을 도청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며 다소 군색하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도청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NSA가 이탈리아 국민 수백만명의 휴대폰ㆍ인터넷 기록을 해킹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탈리아 의회 정보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가 1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불과 이틀 전에는 NSA가 프랑스 국민의 통화내용 7,000만건을 도청했다는 폭로가 르몽드지로부터 나왔다. 이에 올랑드 대통령은 "이는 강력하고 명백한 죄"라며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올랑드 대통령에게 전화해 그를 달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난 20일에는 NSA가 2010년 당시 멕시코 대통령이던 펠리페 칼데론과 관료들이 사용하는 공용 e메일을 해킹했다는 폭로가 나왔으며 9월 초에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e메일도 NSA의 해킹 대상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멕시코와 브라질 측은 모두 미국에 강력히 항의했으며 특히 호세프 대통령은 미국순방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케어와 내년 초로 예정된 부채한도 증액 및 예산안과 관련해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대외정책에서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NYT는 "6월 NSA의 독일 국민 도청이 폭로됐을 때 미국은 '테러를 막기 위한 조치'라며 빠져나갔지만 메르켈 총리 도청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양국관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국 외교가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미ㆍEU FTA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이 예상된다. 21일 프랑스는 FTA 협상에서 데이터 보호 항목을 집어넣겠다고 밝혔다. 프랑스가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2년 내 타결을 목표로 세운 양측 간 FTA가 지연될 수 있다. 23일 유럽의회도 EU가 미국과 체결한 은행계좌정보공유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는 구속력은 없지만 EU가 추후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EU 정상들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례회의를 열어 NSA 스캔들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집중 논의했다.

한편 NSA 스캔들의 파문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캔들의 시발점인 스노든에게서 정보를 받은 영국 가디언지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최근 e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와 추가 폭로를 위한 미디어플랫폼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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