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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3중고 시달리는 은행원 현주소

[심층진단] 3중고 시달리는 은행원 현주소 얼마전 실적을 거의 올리지 못하면서 상사에 짓눌려 사는 무능한 은행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반칙왕」이란 영화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매사에 좌충우돌인 이 은행원은 직장상사의 무서운 헤드락에서 헤어나기 위해 레승링 체육관을 찾는다. 한마디로 『시끄러운 세상 반칙으로 살겠다』는 것이 이 은행원의 「세상 탈출법」이다. 코믹영화이기는 하지만 실제 은행원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통쾌한 웃음을 통한 대리만족 보다는 씁쓸한 기분을 맛보아야만 했다. 은행원을 반칙왕으로 선정(?)한 것부터가 그랬고 공교롭게도 실제 현실속에서 은행원들의 잇단 「반칙(불법 금융사고)마저 줄줄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은행원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극단적으로는 「범죄인」으로 취급받기까지 한다. 내부적으로도 감독시스템의 강화하겠다고 야단이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분위기마저 조성되고 있다. 거기다 월급쟁이의 가장 큰 스트레스인 실적경쟁과 고용불안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한때는 「안정된 직장」의 대명사로 불렸던 은행이 이제는 대표적으로 불안한 직군으로 추락한지도 오래다. 지칠대로 지친 은행원들에게 이젠 「탈출구」마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불안 언제까지…』=금감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일반은행에서 IMF체제 이후 2년간 3만 5,000명에 달하는 은행원들이 직장을 떠났다. 은행원 4명중 1명이 구조조정의 회오리속에서 퇴직한 셈이다. 특히 고참 은행원들은 절반이상 은행문을 떠난 곳도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태풍은 여전히 「A급」위력에서 약화될 줄 모르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화하는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경영정상화계획 제출 6개은행이 총 3,000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인력정리 방안을 내놨다. 은행원들 입장에서는 말이 「명예퇴직」이지 사실상 정리해고나 다름없다. 특히 당장 이달부터 우량은행간 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부실은행뿐만 아니라 우량은행들마저도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해 또다시 무더기로 직장을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잇단 금융사고로 얼룩진 「은행원」=요즘 은행원들의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져 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고를 전후로 공금횡령등 은행원들의 잇단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범죄인들로 매도당하고 있는 탓이다. 물론 금융사고의 책임은 당연히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은행과 불법을 저지른 은행원들에게 있다. 잇단 인력감축으로 과거에는 꿈도 못꿨을 젊은 직원들이 지점장으로 나가면서 실적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에 쫓겨 무리수를 두거나 「한탕유혹」에 넘어가 사고를 치기 일쑤다. 각 은행들이 뒤늦게 감독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야단이지만 요즘도 심심찮게 금융사고가 언론을 장식하곤 한다. 공금횡령이니 하는 원시범죄가 등장하는 현실에서 세상사람들이 은행원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마냥 탓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은행원들도 할말은 있다. 『불법을 저지르거나 편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을 강도높게 문책하고 감시를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은행원 전부를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불법대출 사고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한빛은행의 鄭모대리(35)는 『요즘 밖에 나가서 은행 다닌다고 말하기가 겁난다』며 이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대다수 은행원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우리만 당했느냐』는 피해의식도 확산되고 있다. ◇『전체를 범죄인 취급은 곤란』=『규정을 꼼꼼히 따지면 은행문턱이 높다고 하고 나중에 부실이 터지면 한꺼번에 매도당하는 것이 은행원들의 고달픈 삶.』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은 감독기관과 경영진은 물론 세상사람들까지 은행원들을 너무 몰아붙이기만 한다며 푸념을 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은행원들의 사기를 높여 탈출구도 만들어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코너로 몰기만 하면 더 큰 금융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한 대형시중은행 임원은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부실에 대한 책임을 은행원들이 죄다 뒤집어 쓰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져 있다』며 별도의 사기진작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진우기자 입력시간 2000/10/01 21:0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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