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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만들자] <6·끝> 기업투자 활성화가 관건

"고용창출 열쇠는 기업규제 완화"<br>작년 보유현금 44兆불구 설비투자 환란전보다 줄어<br>재계 "출총제·집단소송제등 규제로 의욕 상실" 지적


컴퓨터ㆍ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 제조업체인 C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세웠다. 이에 힘입어 5년연속 흑자행진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기업은 3년째 순이익대비 10%수준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생산라인 증설은 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회사의 K사장은 지난 3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사를 통해 “장기적으로 국내는 연구개발기지로 육성하되, 생산기지는 인건비 및 토지비용이 저렴한 중국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에 대한 규제와 강성노조ㆍ고임금을 견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생산설비 투자보다 연구개발비 투자에 집중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돈이 있어도 국내에 쓰기를 꺼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 찾기는 점차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만 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년실업률의 증가가 경기 불황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데 있다. 기업들의 투자의욕 상실은 국내 상장 기업의 부채비율 변화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98.1%로 나타났다. 사상 처음 100% 아래로 떨어진 것.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50~200% 수준임을 감안할 때 국내 상장기업의 재무구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의 부채비율 축소는 기업이 투자를 안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기업의 투자없이 고용창출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수출에만 의존한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될 경우 가계 수입의 감소로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국내 기업은 아직 긴 동면(冬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에서 벗어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현황을 보면 환란이후 2002년에 전년대비 7.5% 증가하면서 회복세로 접어들었으나, 2003년 2ㆍ4분기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2004년 1ㆍ4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0.3% 축소됐다. 지난해 2ㆍ4분기이후 생산설비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6.7~8.0%의 성장세로 돌아섰으나, 이는 내수침체가 본격화된 2003년 2ㆍ4분기 이후 급격하게 위축된 생산설비 투자에 비해 늘어난 것이지 환란이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는 약 71조원으로 지난 96년 78조원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매 분기마다 GDP(국내 총생산)가 전년 동기대비 8.3~9.3%의 성장률을 기록, 늘어난 생산량을 투자가 좇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뚜렷히 보여주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집계한 상장기업의 지난해말 기준 보유 현금은 44조원, 시중 부동자금은 40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돈이 흐르지 못하고 멈춰서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청년 실업자들이 양산됐고, 가계 소득은 줄어들어 국가경제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위축된 지난 2년간 우리는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내수가 살아난다는 당연한 이치조차 외면한 채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이뤄 내지 못했다. 국내 대그룹 계열사의 한 관련인사는 “그동안 투자를 하지 않은 기업에만 내수침체와 실업률 증가의 책임을 떠넘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에 대해,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ㆍ증권 집단소송제도ㆍ금융보험사의결권 축소 등 정부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기업 규제 때문”이라며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려면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업에 대한 출자를 먼저 해야 하는 데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도입, 신규 업종에 대한 진출을 막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높은 인건비로 인해 생산 설비 투자가 해외로 이전되면서 국내 제조업은 대부분 설비과잉 상태”라며 “제조업에 투자를 못하면 서비스 산업으로 (투자가)넘어가야 하는데,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관광·교육 등 서비스 산업은 진입부터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놔서 맘 편히 투자를 할 수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지난 90년대이후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일랜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한 면적의 3분의 1, 인구는 9%에 불과한 아일랜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0년에 1만달러, 98년에 2만달러, 그리고 2003년에 3만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10여년만에 작지만 잘 사는 나라로 성장한 아일랜드의 성장 비결은 정부의 기업규제 폐지ㆍ완화의 산물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90년대 초반부터 각종 기업 규제를 대폭 폐지, 2002년에는 무려 1,094개의 외국기업을 유치에 성공했고 1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 이처럼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는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 유도는 물론, 해외기업의 투자를 늘려 일자리 창출의 열쇠가 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최근 들어 입법 예고된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을 여러차례 시사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조차 부정적이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지가 지난해 말 발표한‘2005년도 경제자유도지수(IEF)’가 단적으로 이를 말해준다. 무역정책ㆍ물가ㆍ임금ㆍ노사ㆍ지적재산권ㆍ기업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경제자유도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전세계 161개국 가운데 45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2년 38위, 2003년 52위, 2004년 46위에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홍콩(1위), 싱가포르(2위)등 아시아 경쟁국들과는 아예 상대도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비해 국내 기업이 받는 역차별적 요소 및 각종 규제의 강도는 더욱 강해 참여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한 현실이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참여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무려 83%의 응답자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기업의 자율ㆍ창의성을 극대화하고 규제 개혁의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기 위해선 출자총액제한제도ㆍ금융사의결권제한ㆍ계좌추적권연장 등 핵심규제 위주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노조와 고임금을 피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도 고용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국내 1,050개 해외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제조업 해외투자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외투자로 인해 ‘국내 고용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25.8%로 ‘확대됐다(20.6%)’보다 높았다. 또 52%는 ‘현상 유지’라고 답해, 전체적으로 해외투자는 국내 고용의 부분 감소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하는 데 민관합동의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일자리창출관련 연구 보고서를 통해 90년대 중반까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온 중화학공업 및 IT(정보기술)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군(群)육성이 기업의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국가적인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에 대한 조속한 발굴과 육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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