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쌀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시한적 압박감으로 정부와 농민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연내에 협상을 마치지 못해 관세화가 될 경우 경제적으로 더욱 큰 손실을 입는다며 이번주에 쌀 협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일부 농민단체들은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고속도로 봉쇄 등의 강경 대응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농민과 정부의 대립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과연 정부 의도대로 이번주 내에 최종 결론이 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농민과 정치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쌀 협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주내 강행할 태세다. 쌀 협상단은 지난주 미국과의 외교채널을 통해 추가협의를 벌여 쌀 시장 개방을 10년 연장하는 대신 의무수입물량(TRQ)을 오는 2014년까지 7.9% 안팎으로 늘리는 내용의 협상 결과를 사실상 타결한 상태다. 이집트 등 일부 국가들이 아직도 자국산 쌀의 수입을 요구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주요국과의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쌀 협상 최종 결과를 28~29일 발표하고 협상결과가 담긴 이행계획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쌀 협상을 올해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 곧바로 관세화해야 한다”고 말해온 터라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농민단체의 반발은 지난 91년 우루과이라운드(UR) 때처럼 거세다. 전남 나주시는 법적 논란이 일고 있는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28일 실시하기로 했다.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실시되는 이번 주민투표는 지역 농민들의 쌀 개방 찬반투표 요구에 대해 수용의사를 밝혔던 함평과 장흥ㆍ담양ㆍ곡성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주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민투표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주민의견 조사라고 해석하면 된다”며 “투표결과는 전남도와 중앙 관련부처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여주군 농민회는 정부가 쌀 협상 연내 타결을 강행하면 올해의 마지막날인 31일 영동고속도로를 완전 봉쇄하는 등 과격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23일부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강 의원은 “정부가 쌀 협상 정보공개 청구에 응하지 않거나 쌀 협상에 대한 국회비준 동의절차를 거부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17일 개최하려던 쌀 협상 국민대토론회가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된데다 이번주에도 전국 도처에서 더욱 강력한 시위가 기다리고 있어 최종 여론 수렴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쌀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가속화되는 등 시장개방은 피해갈 수 없는 대세”라며 “시장개방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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