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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3일] 두바이를 위한 변명

21세기에 벌어진 두바이의 천지개벽만큼이나 두바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두바이가 두바이월드의 채권상환 동결을 발표하자 '사막의 신화'라는 칭송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사막의 신기루'라는 혹평만 난무했다. 비난의 한복판에 선 것은 통치자 셰이크 무하마드다. 서구 언론들은 물 만난 듯 무하마드를 난타했다. 폐쇄성ㆍ비민주성 등은 아랍세계의 고질적 문제였지만 무하마드를 비난하는 소재로도 적합했다. 그의 리더십은 심한 상처를 입었다. 무하마드가 책잡힐 일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이슬람 연휴 직전 채무동결을 발표해 투자자들이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도록 했다. 더구나 채권상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그간의 주장이 뒤집어졌는데도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영업상 문제"라고만 했다. 투자자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를 보였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두바이는 가해자, 서구세계는 피해자인가. 겉으로 볼 때 피해자는 서구세계가 맞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이 1,000억달러가 넘는 돈을 두바이에 대준 상황에서 두바이월드가 채무를 갚지 않거나 두바이가 부도나면 이들 나라는 손실을 입게 된다. 하지만 서구세계는 두바이 사태의 공범 또는 가해자에 가깝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투자는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을 서구 은행들이 모를 리 없을 터.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두바이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위험에 대한 책임은 서구 은행 스스로가 져야 하는 것이 맞다. 더구나 두바이가 인공섬 등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모험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물밀듯 유입된 서구자본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구은행들은 무하마드가 제시하는 '꿈'에 탄복했거나 아니면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두바이 경제의 핵심인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된 직접적인 배경은 월가에서 비롯된 금융위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두바이는 피해자에 가깝다. 게다가 무하마드는 아랍세계에서는 가장 개방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그를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인물의 대표처럼 묘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사우디의 알왈리드 왕자는 "두바이에 자금을 대준 서구은행들은 감수해야 할 위험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은행들을 두바이 사태의 피해자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당연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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