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과도내각은 취임 첫날인 27일(현지시간) IMF에 1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즉각 "실사팀을 다음주 중 우크라이나로 보내 당국과의 대화에 착수하겠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국민들이 친러시아와 친유럽연합(EU)으로 양분되고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피신하는 등 극심한 정정불안에 시달려왔다. 이에 우크라이나 화폐인 흐리브냐 가치는 올 들어 달러 대비 30%나 폭락했으며 외환보유액도 약 150억달러로 8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WSJ는 복수의 우크라이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외채를 갚기 위해 당장 40억달러, 내년 말까지 35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시장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36.11루블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폴란드 즐로티화 가치도 이틀 사이 1% 가까이 빠져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헝가리 주가도 2% 넘게 급락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투자전략가인 압바스 아멜리 레나니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헝가리와 폴란드, 동유럽 국가들로 위기가 전염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 지역 금융시장이 앞으로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28일 중국 위안화 가치도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장중 6.1808위안으로 전날보다 0.9% 하락했다. 이 같은 낙폭은 지난 2005년 7월 중국이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폐지한 후 8년여 만의 최대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신흥국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3월1일에 나올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것이 위안화 하락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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