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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사이버교육과 三不정책

최근 그동안 정부가 논의조차 금기시하던 소위 ‘삼불(三不)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교육 기회의 균등과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대원칙을 바탕으로 고심 끝에 내놓은 이 ‘삼불정책’은 지난 4년간 우리나라 교육의 근간을 이룰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서울대를 시작으로 이제는 사립대 총장들도 이 정책이 가져온 부정적 효과나 후유증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마치 천천히 움직이는 ‘시계추’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A라는 정책이 시행되면 수년 후 꼭 부작용이 생겨 B라는 정책을 내놓고, 이것이 또 다시 부작용을 일으키면 다시 A정책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그동안 시행된 가장 강력한 입학 관련 조치로는 중ㆍ고등학교 입시를 없애고 속칭 ‘뺑뺑이’로 입학을 시키는 고교평준화 정책이었다. 소위 ‘명문고’가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외국어고등학교ㆍ과학고등학교 등이 생기자 명문고의 성적표인 ‘서울대 입학생 수’의 상위권을 그런 ‘특목고’가 차지하면서 ‘신흥 명문고’로 부상했다. 대학 입학시험도 ‘본고사’에서 ‘학력고사’를 거쳐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다가 최근에는 수능ㆍ내신, 그리고 본고사를 대신하는 ‘논술’ 등이 적절하게 조합된 형태의 입시가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와중에도 정부가 걱정하는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면 늘었지 줄지 않고 있으며, 그런 경쟁과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외국으로 ‘교육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인가. 소위 ‘평준화’는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대학 교육에까지 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밤늦도록 이어지는 학원 과외와 사교육비를 대는 부모들의 애타는 등쌀에 아이들의 순수한 꿈은 시들어만 간다. 이 산적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우리들의 영웅’은 결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오히려 ‘삼불정책’ 같은 어떤 ‘방법’의 정책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칙의 으뜸은 당연히 교육의 질을 높여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에 둬야 한다. 그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에는 이러한 교육의 기본 목적이 ‘위화감 조성’이라는 정치적 명분 때문에 훼손당하면서 ‘하향평준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가 ‘더 좋은’ 학생을 뽑으려 하는 것은 공자의 ‘세 가지 즐거움(三樂)’ 중 하나인 천하의 영재를 가르치고 싶은 교육자의 본능이며 당연한 주장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경쟁’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사교육비가 큰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어서 수능보다 변별력이 높은 본고사 부활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근본 목적을 살리면서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 최고의 ‘정보 통신 1등국’인 한국은 그 해결책을 이미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국이 완벽하게 초고속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우리나라는 ‘최고의 사교육’을 ‘최저의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만일 국가에서 전체 사교육비의 1%만 사이버입시교육에 투자한다면 훌륭한 콘텐츠와 교육 인프라 및 운영 방안이 충분히 확보되리라 확신한다. 지금 실시하고 있는 EBS의 수능방송도 그 기획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 이를 더욱 확대해 전국의 우수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들을 동원, ‘수능문제은행’을 만들고 인터넷을 이용해 ‘대화식’ 교육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능력에 따른 변별력 높은 교육을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전체 사교육비를 10분의1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고의 출제진들로부터 만들어내는 변별력 높은 이 같은 ‘신(新)수능고사’가 각 대학 차원의 ‘본고사’보다 우위에 있을 때, 대부분 대학들도 더 이상 본고사를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시대 환경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어떤 ‘원칙’을 천명하고 그 시행 방법은 자율에 맡길 만큼 지금 이 사회는 성숙돼 있다. 대학 입시에 ‘국가적 색채’를 강요하는 것이 한때는 최선이었을지 모르나 세계화가 이미 보편적 가치가 된 지금은 그 환경과 인식이 크게 달라져 있는 것이다.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만 한 대학 당국에 ‘안 된다’는 규제보다는 ‘권한다’는 순기능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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