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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보다 불교에 마음 열려 해외관광객 명상 여행 잇달아
스님이 대접하는 다과도 체험… 1~2박하며 마음의 평화 찾아
오후7시30분 저녁예불을 알리는 타종시간. 어스름 속으로 물러났던 당목(撞木)이 당좌(撞座)를 때렸다. 나무가 구리와 충돌해서 빚어낸 소리의 파문은 금산사에서 시작, 해가 넘어가는 모악산 자락을 덮으며 내려앉았다. 종을 치는 사람은 이 절 스님이 아닌 아틸라 루스(34)와 그의 여자 친구 마리나 엠스(26). 각각 브라질과 영국 출신이다. 이들은 타종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듣고 몇 차례씩 종을 쳐 본 후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서른세번의 타종을 마무리하는 스님의 모습을 지켜봤다.
전라북도 김제시에 위치한 금산사는 후백제의 견훤이 유폐됐던 절로, 백제 때 창건된 후 통일신라 혜공왕 때 진표율사에 의해 중창됐다. 이 절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이 없는 대신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에 기자가 금산사를 찾은 이유는 절 구경에 더해 템플스테이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템플스테이의 대중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내국인들보다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점점 인기를 얻어 가고 있는 트렌드가 기자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끈 것이다. 금산사의 경우 템플스테이를 위해 절을 찾는 관광객의 숫자는 연 2,000~3,000명 사이로 그중 외국인의 숫자는 1,000명 안팎이나 된다.
기자가 금산사를 찾은 날은 휴가철이 끝난 9월 초의 평일이었음에도 외국인이 머물고 있었다. 연인 사이인 루스와 엠스 커플도 템플스테이를 위해 이 절을 찾은 케이스. 이들은 마리나의 고향인 영국에서 만나 교제를 하던 중, 6개월 전 그녀가 영어교사 일자리를 얻어 한국에 오면서 떨어져 지내게 됐다. 이 커플의 템플스테이는 런던에서 소믈리에를 하고 있는 루스가 엠스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와서 함께 휴가를 즐기던 중 이뤄진 것이다.
"하고 많은 이벤트 중 어떻게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루스는 "부모님은 모두 가톨릭 신자지만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며 "책이나 미디어에서 보던 불자들의 생활방식이 서양 사람들과는 달라 보여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불자들의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처음 참여했지만 템플스테이가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엠스는 "나 역시 가톨릭 신자이지만 교회에는 나가지 않고 있다"며 "템플스테이에 오게 된 것은 마음에 평안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소 명상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녀는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는 동안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금산사에서 외국인들의 통역을 맡은 능연화보살은 이에 대해 "외국인들은 오히려 내국인들보다 불교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는 편"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로 절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현재 금산사가 내외국인들을 위해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는 1박2일과 2박3일 코스. 절에서는 긴 일정을 권하지 않는 편이다. 저렴한 비용(1박2일 세끼 제공에 5만원) 때문에 숙박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능연화보살은 "일부가 방을 오래 점유하고 있을 경우, 순수하게 템플스테이를 하려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짧은 코스를 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제)=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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