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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에 펼쳐진 신비한 세계

영화 '나니아 연대기'


어린 시절, 옷장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지. 키보다 한참이나 큰 거대한 그 공간엔 엄마 아빠의 멋들어진 옷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알싸한 나프탈렌 향이 후각을 한껏 자극했다. 언니 동생과 집안에서 숨바꼭질을 하다 웅크리고 숨은 어두컴컴한 그 공간은 바깥 세상과는 완벽하게 단절된 곳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공간의 끝엔 무언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꼬마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었을 법한, 옷장 뒤 상상의 세계가 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펼쳐진다. 작가 C.S.루이스가 1950년부터 7년간 펴낸 ‘나니아 연대기’ 중 첫번째 소설이 영화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C.S.루이스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J.R.R. 톨킨과 함께 20세기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나니아’ 시리즈는 전세계 29개 언어로 번역돼 총 8,500만부 이상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다. 2차 세계대전 중 공습을 피해 시골별장으로 간 페벤시가(家)의 네 남매. 막내 루시는 숨바꼭질 놀이 중 우연히 2층 옷장에 숨는다. 두꺼운 모피 옷들을 헤치고 들어가자 어느새 흰 눈이 가득한 세계와 닿는다. 그 곳에서 루시는 ‘툼누스’란 이름의 반인간 반짐승 ‘판’을 만난다. 툼누스가 말하는 세계는 놀랍기만 하다. 이곳 신비의 세계 ‘나니아’이며 하얀 마녀 ‘제이디스’가 영원한 겨울나라로 만들었단다. 얼마 후, 둘째 에드먼드도 나니아로 들어와 하얀 마녀 제이디스를 만난다. 제이디스는 “형과 누나, 동생을 데려오면 나니아의 왕자 자리를 주겠다”라며 유혹한다. 이를 계기로 네 남매 모두 나니아에 발을 딛는다. 판타지 장르, 제작비 1억 5,000만달러가 말해주듯, 영화는 언뜻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보다는 분명 볼 거리나 이야기 거리에 있어 한 수 아래다. 선과 악이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나 그에 따른 벌, 지도자의 환생 등은 서구적 기독교 세계관이 교훈적으로 ‘순진하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관객들에겐 오히려 낯설지 않고 편하게 다가올 수는 있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안겨줬던 깊이를 느끼진 못한다. 화려한 특수효과가 동원됐지만 결코 요란스럽지는 않다. 나니아의 정신적 지주 ‘아슬란’ 등 동물 캐릭터는 새롭지 않게, 그러나 가장 사실적이다 할 수 있을 만큼 세밀히 묘사했다. 마지막 제이디스 일당과 나니아 종족의 대규모 전투신 역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 하다. 영화 등급은 ‘전체 관람가’. 법적 등급으로라도 방학 저학년 자녀들과 함께 부모들이 볼 만한 ‘유일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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