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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서 첫 투표하는 이색 유권자들

지난달 주민증 취득한 '40여년 무호적' 한혁희씨 "마치 꿈같아"<br>결혼 이민 유오리나씨도 "이제야 한국인 된 느낌"

한혁희

유오리나

언제부터인가 ‘선거일=쉬는 날’이라는 등식이 당연시되고 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권리를 누리기보다 너도나도 나들이 떠나기에 바쁘다. 선거일에 주차장으로 변하는 고속도로나 해외 여행객들로 붐비는 공항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번 18대 총선도 50% 전후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사상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너무나도 쉽게 포기해버리는 권리지만 이번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누리게 된 사람에게는 무엇보다도 값진 소중한 권리다. 지난 2004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제베린 유오리나(39ㆍ사진)씨는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발로 뛸 국회의원을 직접 뽑는다는 생각에 들뜬 표정이다. 송파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한글과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배달돼온 선거 공보물도 꼼꼼히 살펴보고 후보들의 유세 현장도 열심히 살폈다. 그는 “앞으로 4년간 국회를 이끌어갈 일꾼을 직접 뽑는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정말 한국 사람이 된 느낌”이라며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8대 국회에서는 결혼 이민자들을 위한 정책들이 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2년 전 국적을 취득한 뒤 한림주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후엔티 쭝리(33)씨도 “마음에 드는 후보를 이미 결정했다”며 “갈수록 늘어나는 결혼 이민자들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 가구거리의 한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하는 한혁희(47ㆍ사진)씨는 이번 총선에서 성인이 된 후 무려 28년 만에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됐다. 대구에서 태어난 뒤 보육시설에서 자라 주민등록과 호적이 없이 살아온 한씨에게 19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투표권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보였다. 그러다 2003년 3월 한씨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황학동 주민센터 직원들과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2년 동안 ‘호적 취득 대작전’을 벌인 끝에 올 3월 주민등록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한씨는 “나 같은 사람은 당연히 투표권이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마치 꿈만 같다”고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씨는 “첫 투표인 만큼 나처럼 배우지 못하고 많이 갖지 못한 서민을 위해 일해줄 사람을 뽑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값진 투표권을 꼭 행사해주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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