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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세기 유럽의 밤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밤의 문화사' 로저 에커치 지음, 돌베개 펴냄


렘브란트의‘야경(Night Watch)’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17세기 영국의 토머스 더피는 “밤, 사랑, 운명이 세상의 거대한 일들을 지배한다”고 했었다. 역사의 절반을 이루고 있음에도 그러나 밤은 어둠의 장막에 가려져 왔다. 버지니아 공대의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경험에서 잊혀졌던 밤의 역사를 복원해 냈다. 밤과 함께 어둠과 위험을 떠올리는 사고는 산업혁명 이전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지배적이었다. 밤은 사탄의 공포와 동시에 폭력과 방화 등 인간으로부터도 위협을 받는 시간이었다. 위험한 밤에 대한 대처는 ‘억압’의 형태로 나타났다. 밤 시간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통행금지에서 야경까지, 교회와 국가는 다양한 억압조치에 대해 검토했다. 통행금지를 뜻하는 영어단어 ‘curfew’는 ‘불을 덮으라(불을 끄라)’는 뜻의 불어 ‘couvre-feu’에서 유래했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라는 통행금지 종소리가 울리던 중세 유럽의 밤 장면이 이어진 것. 밤을 위한 공공의 공간이 만들어진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다. 낮 동안의 사회적 제약이 완화되는 밤의 시간은 개인적 자유의 순간인 동시에 환락과 여흥이 풍미했다. 특히 사회 계층상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매력을 발휘했고 “어둠이 내리면 권력은 강한 자들에게서 약한 자들에게로 옮겨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전적으로 ‘사적인 세계’인 잠 역시 밤과 분리할 수 없다. 태곳적부터 만연한 수면 장애는 물론 취침 시간의 의식, 꿈에 대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밤의 풍경은 18세기께부터이며 태양없는 밤에도 빛의 중단 없이 보낼 수 있게 된 인공조명의 완전함은 20세기의 산물이다. 저자는 대학원생 때부터 20여년간 모은 각종 문학작품과 논문ㆍ편지ㆍ회고록ㆍ여행기ㆍ일기 등의 자료를 토대로 밤에 관한 문화사를 재구성했다. 지역적으로는 영국와 유럽 대륙 전역을 광범위하게 다루면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초기 미국까지 아우른다. 기간은 1500~1750년 근대 초기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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