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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24일] 국적 잃은 문화재에 관심을

조상인 기자(문화레저부)

23일 열린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고(故)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를 두고 중국의 ‘문화재반환 촉구’가 격렬하다. 중국이 지난 1860년에 청나라 위안밍위안(圓明園)에서 사라진 청동 12지상의 일부인 쥐와 토끼머리 동상을 프랑스 정부에 내놓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프랑스는 사유재산이니 경매로 사가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팽팽한 대립을 보며 기자는 17일 일본 시즈오카현립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조선왕조 회화와 일본’이라는 전시가 떠올랐다. 안견과 정선ㆍ이암 등 유명 조선화가의 수작을 한자리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고려 후기 불화인 ‘양류관음도’나 조선의 왕자책봉과 관련된 ‘동궁책봉도감계회도’ 등의 상당수 작품들은 미술사적 의미가 크지만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유감스럽게도 일본에서 열린 전시였고 일본인이 소장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분개하는 한국인은 없었다. 프랑스와 중국이 문화재에 대한 주권을 둘러싸고 팽팽히 대치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이번 조선조 회화전은 일본 도쿄대 교수와 한 현립미술관 학예사가 주축이 돼 기획했고 5년을 들여 300여점의 작품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공립박물관에서 여는 회화 특별전이라도 100점 이상 출품되면 대규모 전시로 꼽힌다. 기자는 출품작 수도 놀라웠지만 이것이 모두 일본 기관이나 일본 개인소장품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쓰렸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대미술관, 한국 내 개인소장품 등 30여점이 초대됐다고(?)는 하나 그 열배에 가까운 작품들이 일본 내에서 모아졌다는 사실에 가슴 아플 뿐이었다. 일본 덴리대(天理大) 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수월관음도’ 같은 국보급 유물을 포함한 고려 불화의 99%가 일본에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일각에서 문화재 환수운동이 진행 중이지만 이 외에도 빼앗긴 줄 모른 채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유산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환수는 못한다고 해도 볼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일본 4개 지역에서 1년여에 걸쳐 열리는 순회전은 현해탄을 건너지 못하고 일본에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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