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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투자비 늘고 수익 곤두박질·요금인하 압박까지… 사면초가

[위기의 이동통신사업]<br>카톡 등 잇단 무임승차에 지난해 매출 사상 첫 감소… SKT 1분기 영업익 26% 급감<br>통신사 인프라투자 없으면 IT생태계 선순환 구조 붕괴…<br>망 중립성 등 정책 뒷받침 절실

국내 이통 산업은 정치권의 지속적인 요금인하 압박, 투자비 부담 증가, 수익성 악화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이통3사 본사 전경. /사진제공=각 사



"사실 이동통신사에 입사하는 것 자체가 좋은 선택은 아니었죠. 전망이 밝은 분야는 아니잖아요." 한 이동통신사 대리급 직원의 이야기다. 이 말에는 요즘 국내 이동통신사가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내 이동통신산업이 사면 초가에 빠져 있다. 수익성 악화에 유사 통신 서비스 확산, 투자비 부담 증가, 요금인하 압박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동통신산업의 위기는 실적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이동통신 서비스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1.2% 줄었다. 이동통신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1984년 국내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사상 처음이었다.

◇사방이 악재인 이통 산업=2일 발표된 SK텔레콤의 올해 1ㆍ4분기 실적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투자비 증가와 지난해 요금인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4% 줄었다. 조만간 공개될 KTㆍLG유플러스의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5,200만명으로 전체 인구 수를 넘어섰다. 어느 나라나 통신 산업은 기간 산업으로 보호되는 탓에 해외 진출도 어렵다. 외국 이동통신사들 중에서도 해외에 진출한 것은 남미ㆍ아프리카 등 과거 자국의 식민지에 진출해 있는 영국의 보다폰,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정도밖에 없다. 2010년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이동통신사의 성장동력이 되지 못했다.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의 가입자당매출(ARPU)은 2010년 각각 3만4,491원, 3만1,281원, 2만6,796원에서 지난해 3만3,175원, 2만8,826원, 2만5,641원으로 줄었다. 이는 카카오톡ㆍ스카이프 등으로 대표되는 '공짜 서비스'가 이통사의 입지를 좁힌 탓이 크다. 한 이통사 고위 임원은 "최대 1조5,000억원 규모였던 문자 메시지 시장이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반토막 났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이통 산업의 어려움은 도외시한 채 표를 의식한 요금인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통사 인프라 없으면 선순환 구조 붕괴=경쟁력 없는 산업이나 기업은 도태되는 게 옳지만 통신의 경우에는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홍대형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유통 산업에서 고속도로가 중요한 것처럼 정보기술(IT) 산업에선 통신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통신망이 그때그때 업그레이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관련 산업을 받쳐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3세대(3G) 통신망보다 5배 빠른 롱텀에볼루션(LTE)망이 구축돼 있지 않으면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개인 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 고화질 동영상을 스마트폰과 컴퓨터, TV에서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없다.

'통신망 개선-신규 서비스 등장-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도 성립할 수 없다. 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 같은 해외 인터넷 기업들과의 경쟁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통신 인프라 구축이 아직까지 우위인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6년 3G WCDMA 서비스 상용화에서 LTE 서비스 상용화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년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속도다. 이통 3사의 설비투자 규모는 2010년 6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3,000억원으로 약 20% 증가했으며 LTE 통신망 구축 때문에 올해도 20% 이상의 설비 투자가 예상된다.

◇망중립성 등 정책 과제 해결 시급=통신 인프라를 포함한 IT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으려면 정책적 뒷받침도 필수다. 특히 가장 시급한 과제로 '망중립성'이 꼽힌다. 망중립성은 통신사가 제공하는 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톡ㆍ구글 등의 인터넷 기업들이 통신사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한 논의다.

김효실 KT 상무는 "지난 10년간 국내 100대 기업 시가총액이 5배 늘어나는 사이 통신사는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며 "각종 서비스가 이통사의 통신망에 무임승차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임종태 SK텔레콤 기술전략실장도 "통신망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합리적인 분담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망중립성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 일 만큼 복잡한 사안이지만 "정부가 전체 IT 생태계의 밸류체인(Value chain) 수립이라는 관점에서 균형점을 잡아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밖에 이통사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는 주파수정책도 중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LTE 주파수로 활용할 수 있는 1.8㎓, 2.1㎓, 800㎓ 주파수를 경매 방식으로 이통사에 분배했지만 이통사 간의 과열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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