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이 최근 1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 펀드 매니저들이 현 주가를 싸다고 평가하는 만큼 코스피지수 상승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지만 추가 편입 여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코스피지수가 2,000선으로 갈수록 유입세가 줄어 매수 실탄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2일 동양증권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일 현재 국내주식형 액티브펀드(공모펀드기준)의 주식 편입 비중은 95.5%로 최근 1년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94.5%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20일 사이에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주식 편입 비중을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주식형 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이 92.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조사 대상 44개 운용사 중 17개의 운용사가 주식형 펀드에 평균 96~98%의 비중으로 주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8% 이상을 담는 운용사도 10곳에 달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투신은 15거래일 중 13거래일 '사자'에 나섰으며 이 기간 총 4,217억원을 순매수했다.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현재 국내 증시에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식편입비와 코스피지수는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연초 증시가 부진했음에도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사들였다"며 "국내 증시가 아직 바닥권에 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현 상태의 주식 가격이 충분히 싸다고 여기고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국내주식형 펀드 매니저들이 현재보다 주식을 더 사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일부 운용사들은 주식형 펀드의 주식 비중을 99% 수준까지 늘리기도 하지만 현재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주식 편입비는 매우 높은 수준일뿐더러 주식형 펀드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유동성에 투자해 수익률을 관리해야 한다"며 "미국 테이퍼링과 엔저 등 대외 변수에 따라 국내 증시 전망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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