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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밑빠진 독 물붓기' 악순환… 중앙회 1850억 날려

●또 주인 바뀐 비운의 하나로저축銀<br>"PF 추가부실에 경영 어려워"<br>인수 1년9개월만에 다시 팔려<br>"경영실패" "시장안정" 논란도


21일 오전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중국집 하림각. 전국 75개 저축은행 대표가 하나로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저축은행중앙회의 임시총회에 참석했다. 투표에서는 찬성 67명, 반대 7명, 기권이 1명 나왔다. 중앙회는 90%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 하나로 지분 100%를 아주캐피탈에 팔기로 확정했다. 하나로는 중앙회에 인수된 지 1년9개월여 만에 새주인을 맞게 됐다. 그리고 이날 매각과 동시에 저축은행들은 하나로 인수 및 증자에 썼던 1,850억원을 날렸다. 매각대금이 800억원이지만 이 자금은 모두 유상증자에 쓰일 예정이어서 실제로는 한푼도 못 받는다. 이중 1,700억원은 저축은행들이 중앙회에 여윳돈을 맡기면서 받아야 할 이자로 모은 돈이었고 150억원은 한신저축은행이 개별적으로 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동안 하나로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연말에 BIS비율 마이너스=저축은행들과 중앙회가 1,850억원을 떼이면서도 하나로를 팔기로 한 것은 추가로 돈이 더 들어가야만 해서다. 하인국 하나로저축은행 대표는 "추가 증자가 없으면 연말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현재 BIS비율은 8.02%였지만 추가로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생기면서 자산건전성이 안 좋아졌다. BIS비율이 마이너스가 되면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증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계속 증자를 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것이 중앙회와 회원사들의 판단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저축은행 업계의 관계자는 "전북 전일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추가적인 시장혼란을 막기 위해 정치적인 판단 아래 저축은행들이 하나로를 인수했었다"며 "부실이 계속 나오면서 더 이상은 경영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정치 논리 개입…책임 문제 논란=업계에서는 손실을 보면서 하나로를 팔게 된 데 대해 경영실패냐, 시장안정 기여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업체별로는 이번 매각으로 많게는 100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 저축은행들에서 갹출해 모은 자금 1,700억원을 모두 잃게 됐다는 점도 문제다. 저축은행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며 "경영정상화를 못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전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던 시점에서 중앙회가 부실사를 인수하면서 추가 영업정지를 막았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고위관계자는 "당시 영업정지를 당했다면 국민 세금이 2,500억~3,000억원가량 들어가야 했을 것"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 들어간 수업료로 봐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논리로 풀었어야 할 문제를 정치적인 판단으로 처리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과 정치권 등의 직간접적인 입김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생긴 문제"라며 "경제사안을 정치논리로 풀려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손실책임을 질 주체도 많이 사라졌다. 당시 인수를 결정한 운영심의위원회 주요 위원(대표)들이 영업정지로 현재 자리에 없다. 인수작업을 주도했던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 나머지 대형사 대표들은 이날 임시총회에 불참했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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