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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디지털미디어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다. 스마트폰 없는 현대 세상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점차 그 해로움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진다. 이번에 함께 출판된 2권의 책 '디지털 디스커넥트(디지털 단절)'과 '생각이 사라지는 사회'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들 책은 디지털이 자본주의 체제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와 디지털 기술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이를 활용하는 체제와 사람들에게 있다. 보다 좋은 활용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선택인 셈이다. 이 책들이 우리에게 보다 민감하게 느껴지는 것은 특수한 사정 때문이다. 인터넷 접속가구 비율과 스마트폰 보유율 모두 세계 1위를 자랑할 정도로 우리사회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이다. 이들 책이 이런 논의를 심화시킬 계기가 될 듯하다.
지난 2013년 미국의 보도전문채널 CNN은 세계에서 109번째로 큰 면적을 가진 나라인 한국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 뛰어난 10가지를 보도했는데, 첫 번째로 소개된 것은 단연 인터넷·스마트폰 사용 문화였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률은 82.7%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80%에 가까운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CNN은 더불어 한국인들이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앱으로 채팅을 하고, 지하철에서 DMB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QR코드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슈퍼마켓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명실상부 디지털 기술을 가장 빠르고 가장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한국으로 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신기술 습득에 몰두하는 것에 비해 이 기술들이 우리의 행동방식이나 감정·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은 다소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디지털 기술 덕에 편리한 삶을 얻긴 했지만 '생각'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은 이미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게임과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 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영상이나 단문 문장에 길들어진 세대들은 장시간 활자 매체를 읽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매일 접하게 되는 정보의 양과 관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지고 복잡해져, 개인이 자율적인 의식을 상실한 채 그저 정보를 처리하기에 급급한 단말기와 같은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고까지 지적한다.
이런 사회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넘쳐나는 정보 중 양질의 정보만을 선택해 공유해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한국의 미디어 현실은 안타깝게도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등장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덕분에 우리는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저질 콘텐츠에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다. 저자는 실제 한국 사회의 병폐로 지적되는 '성형 중독'이나 '명품 신드롬', 심지어 비만에 이르는 문제 등이 모두 미디어의 부추김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얼굴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는 식의 과장된 성형 광고나 일반인이 사기에는 엄두도 안 나는 고가의 명품이 수시로 방송에 잡히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종편이 똑같은 시사 이슈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설하고 결론을 제시하는 현상도 혼란을 초래하는 요소다.
이런 한국 사회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미디어의 올바른 활용을 돕는 미디어 교육과 '휴마트(휴먼+스마트)사회'로의 전환이다. 저자는 정보화의 거대한 물결을 거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야말로 인간성의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책은 최신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성형과 비만, 대학 교육과 가족 해체, 심지어 종교에 이르는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미디어의 과잉'이나 '디지털 기술의 병폐'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설명한 점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논하면서 저자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외국 학자들의 이론을 너무 많이 빌려온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2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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