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나타난 경기회생 기운을 유지하기 위한 LTV·DTI 규제 완화 연장이라면 토를 달 이유가 없다. 실제로 올 들어 4월 주택 거래량은 12만48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3%나 급증하는 등 규제 완화 효과가 있었다. 4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이 15.3%로 치솟고 대형 가전제품과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소비자심리지수에도 조금씩 회생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걸었다. 엉뚱하기 짝이 없다. LTV·DTI 규제 완화로 돈 빌리기가 쉬워지면서 가계신용 규모는 지난해 2·4분기 말 1,038조3,000억원에서 올 1·4분기 말 1,099조3,000억원으로 61조원이나 불어났다. 드러난 통계가 이런데 연착륙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납득할 수 있겠나. 게다가 가계부채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은 160.7%로 미국의 115.1%보다 월등히 높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 "가계부채 등으로 한국의 성장 모멘텀이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가계부채는 이미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된 지 오래다. 오죽하면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시장의 시스템적 위험' 조사에서조차 가계부채 문제가 올해 한국을 금융위기에 빠뜨릴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꼽혔겠는가. 더구나 조사에 응한 금융전문가의 32%가 "1~3년 사이 금융위기가 발발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마냥 쉬쉬할 형편이 아니다. 정부 정책이 좀 더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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