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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형차 시장 발칵 뒤집혔다
일본 트리오 "독일차 게 섰거라"안락한 승차감 캠리·뛰어난 연비 알티마·안정적 주행성능 어코드가격 경쟁력 앞세워 국내 중형차시장 공략높은 감가상각비에 AS불편은 넘어야 할 산
임지훈기자 jhlim@sed.co.kr
뉴 알티마
어코드
뉴 캠리
일본 자동차 업계가 월드 패밀리세단 '삼각편대'를 앞세워 국내 중형차 시장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한때 렉서스를 필두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다 독일차에 선두 자리를 내준 일본차 업체들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삼각편대의 세 축은 도요타 캠리와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이들 차량은 일본차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성능과 절제된 세련미에 국산 준대형차에 맞먹는 가격 경쟁력까지 두루 갖추고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비슷한 가격과 배기량의 세 모델, 캠리 2.5 가솔린 XLE, 뉴 알티마 2.5 SL, 어코드 2.4 EX-L을 비교해봤다.
세 모델 가운데 국내ㆍ외에서 판매량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캠리는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나침도 없고 부족함도 없이 무난하다는 것이 캠리에 대한 전반적인 평이다. 똑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일을 어렵게 하는 사람이 있고, 쉽게 하는 사람이 있다. 비유하자면 캠리는 후자에 속한다. 누가 더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다만 소비자들은 캠리를 더 많이 택했다. 캠리는 지난 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합쳐 총 7,511대가 팔렸다. 7세대를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1,70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캠리를 단순히 평범한 차로만 본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안락한 승차감은 단연 으뜸이다. 그런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엑셀을 밟으면 차는 민첩하게 톡톡 튀어나간다. 밟는 데로 나가는 느낌이다. 차량 내부공간을 넓히고 에어백을 10개나 장착하는 등의 디테일도 캠리의 자랑거리다.
알티마는 세 모델 가운데 연비가 가장 뛰어나다. 신연비로 측정된 알티마와 어코드, 캠리의 연비는 각각 리터당 12.8㎞ㆍ12.5㎞ㆍ11.5㎞로 알티마가 가장 앞선다. 캠리가 알티마, 어코드에 비해 기름 1리터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약 10% 정도 짧은 셈이다. 알티마는 지난 20년간 900만대 이상의 차량에 무단변속기(CVT)를 탑재하며 기술을 발전시켜온 닛산의 최신 CVT가 장착, 연비개선과 소음감소를 극대화했다.
다만 알티마와 어코드의 경우 연비 차이가 미세한 만큼 특정 기능의 사용 여부, 운전습관 등에 따라 실연비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실제 어코드를 타고 이콘(ECON) 버튼을 누른 뒤 서울과 대구를 왕복해본 결과 고속도로에서 센터페시아 상단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연비는 16~17㎞/l 정도였다. ECON 기능을 작동하면 엔진의 반응 속도 등을 제어해 5~10%의 연료 효율이 향상된다는 게 혼다 관계자의 설명이다.
곡선 라인이 접목돼 한층 세련미를 더한 외부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도 알티마의 장점이다. 우선 운전자를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트가 인상적이다. 닛산은 해외에서는 이를 '저중력 시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국내서는 척추를 보호해주는 안락한 시트 정도로 표현하고 있다. 격조 있는 운전석 주변의 마감재, 보스 오디오 시스템 등도 고급 중형 세단을 찾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이다.
주행성능 면에서는 어코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우선 수치상으로 최대출력이 188마력으로 캠리(181마력), 알티마(180마력)보다 높다. 다만 최대출력을 내는 RPM 구간이 달라 서로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직선구간에서 엑셀을 꾹 밟아보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힘은 역시 어코드가 세다. 핸들을 꺾어 코너를 돌 때 시트가 엉덩이에 밀착되는 속도도 세 모델 가운데 가장 빠른 듯 하다.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한 채 요철을 넘었을 때의 서스펜션의 충격 흡수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여느 차량 같으면 차량 천장에 머리를 부딪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들 차량의 가격은 캠리와 알티마가 똑같은 3,370만원. 닛산이 알티마 가격을 책정할 때 경쟁차종인 캠리를 의식한 듯하다. 어코드는 3,250만~3,490만원. 다만 지난해 초 가장 먼저 출시된 캠리가 각종 프로모션으로 공식적인 판매가보다 좀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여지는 커 보인다.
일본 대표 패밀리세단이 국내시장에서 넘어야 할 산은 공히 애프터서비스(AS)와 높은 감가상각비다. 그것이 캠리와 알티마, 어코드 사이에서 고민하던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결국 그랜저와 K7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준대형차들의 옵션과 편의사양이 일본 중형차보다 낫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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