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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31일] 자율구조조정의 한계

1980년대 호황기를 누린 일본 경제는 1990년대 거품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버블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일본경제가 ‘V자형’ 또는 ‘U자형’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업들은 경기침체가 초래할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구조조정 작업을 게을리했고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부실자산에 대한 처리를 미적거렸다. 일본 경제가 10년 동안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일본의 제조 및 금융산업은 옛날의 화려했던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건설ㆍ조선업체에 대한 2차 구조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15개사에 대해서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하고 5개사는 시장에서 퇴출키로 했다. 하지만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발표에 대해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크아웃 및 기업 퇴출에 따른 자금 부담을 우려한 채권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해 C등급이나 D등급에 포함돼야 할 기업들이 면죄부를 받았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월부터 진행된 1차 구조조정 작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16개 건설ㆍ조선업체가 CㆍD등급을 받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대부분의 업체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 은행단과 금융당국은 3월 말까지 워크아웃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방침이었지만 채권단과 개별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신규자금 지원과 협조융자를 둘러싸고 채권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부실기업 선정에 있어 은행들이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며 기업구조조정의 속도도 더디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경기 회복을 가정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기반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구조조정 기업대상을 확대하고 작업 진행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는 1990년대 일본이 걸었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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