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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웅의 야망보다 개인의 성실ㆍ근면이 더 값져”

정사(正史)로 삼국지 쓴 김경한 마포구 부구청장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지나친 영웅주의와 권력중심적인 탓에 권모술수가 난무합니다. 허장성세를 부리며 야망을 채우려는 영웅보다 성실ㆍ근면하게 노력해 최고가 되고 남을 배려하는 개인적 삶이 더 값지죠.”

중국 24사(정사로 인정받는 역사서 24종)를 근간으로 소설 삼국지(총12권ㆍ동랑커뮤니케이션즈 펴냄)를 새로 쓴 김경한(54ㆍ사진) 마포구 부구청장은 “나관중본(本) 삼국지는 천하엔 하나의 정통만이 존재한다는 주자학적 명분에 따른 흑백논리와 반민중적 영웅주의로 일관돼 잘못 읽으면 실력 보다 처세술 키우기에 몰입하기 쉽다”며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이같이 말했다.

그의 이름을 걸고 삼국지를 쓰게 된 계기는 2005년 미국 버클리대 연수기간에 동아시아연구센터 도서관에 소장된 중국 고서 중 정사(正史) 삼국지로 알려진 진수의 삼국지와 이에 대한 배송지의 주석 등을 읽으면서부터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삼국지를 읽었다는 자칭 ‘삼국지 마니아’인 그는 “국내 출간된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평역본이 대부분으로 실제 사료를 보니 왜곡된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실패한 유비를 미화하려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맞지 않고 작은 세력이 권모술수를 부려 큰 세력을 이기려는 영웅들의 사투를 다뤄 실제 인간관계에 대입하려면 잔꾀를 부릴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관우를 대표적인 왜곡 사례로 꼽는다. 관우가 조조 대신 유비를 선택한 것은 흠모했던 여자를 조조에게 빼앗긴 데서 비롯된 선택으로 충의ㆍ의리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관우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김 부구청장은 2010년 1년 장기교육의 기회를 얻어 진수의 삼국지와 배송지주를 번역하며 살을 붙여 매주 블로그에 올리기면서 본격 소설쓰기에 들어갔다. 3년여의 집필과 편집과정을 거쳐 지난 15일 책이 나왔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고사성어 100여개를 간추려 사기(史記), 사서삼경(四書三經) 등에서 배경지식을 찾아 별도 해설을 붙였다.

김 부구청장은 “삼국시대 이전인 150년경 인구가 5,000만명이었으나 280년 1,000만명 수준”이라며 “영웅호걸이 세상을 바로잡겠다며 우후죽순격으로 나와 다투느라 백성이 고난에 빠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청소년들이 나관중본에 심취해 정치적 인물이 되려 한다면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며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매진해 최고가 될 때 세상이 응답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 부구청장은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ㆍ박사를 마쳤다. 32기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생활을 시작해 청와대 행정관, 서울시 국장, 수도권교통본부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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