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엔 환율이 2일 장중 한때 850원대까지 추락하는 등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원ㆍ엔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840원대도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ㆍ엔 환율은 장중 한때 855원27전까지 밀렸지만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후 들어 860원선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이날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100엔당 861원18전을 기록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원80전 오른 1,038원40전에 끝났다. 사실 연초만 해도 원ㆍ엔 환율 급락세를 예상한 곳은 별로 없었다. 연초 1,009원82전에서 출발한 원ㆍ엔 환율은 지난 1월 말 1,000원대가 무너진 뒤 ‘1대9’ 수준을 유지해오다 10월 말에는 900원대마저 붕괴됐다. 이후 한달여 만에 850원대까지 밀렸다. 최근 원ㆍ엔 환율이 하락한 것은 엔ㆍ달러 환율은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119엔대 후반까지 올라선 반면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는 신통치 못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원ㆍ엔 환율이 오름세로 전환될 만한 매수심리가 없는 듯하다”며 “이달 중에 850원대가 깨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원ㆍ엔 환율 900원대 이하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본과의 무역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일 무역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태신 재경부 차관도 원ㆍ엔 환율 급락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원ㆍ엔 환율 급락에도 외환당국이 직접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HSBC는 “한국 외환당국은 지난 2년 동안 일본보다는 중국과의 상대적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중국의 환율이 상대적으로 절상됐기 때문에 한국 외환당국은 실제 개입에 나설 의욕을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환율이 상대적으로 절상됐기 때문에 교역조건을 감안할 경우 원ㆍ엔 환율 하락이 과거보다 치명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재권 한은 외환시장팀장도 “최근 들어 원화뿐 아니라 아시아 통화들의 움직임이 과거처럼 엔화만을 추종하지 않고 위안화를 감안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