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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격전지를 가다] <12> 대구 수성갑

이한구 "민주당 말에 속지 말라"<br>김부겸 "경쟁시켜야 지역 발전"<br>與터줏대감-野중진 맞대결<br>새누리당 우세 속 민주 추격

이한구

김부겸

"섞어놓으마 지들끼리 잘합니더."

지난 23일 오전11시 대구시 택시운송조합 30주년 기념식장. 노란 점퍼를 입은 채 짙은 대구 사투리로 사람들 사이를 파고드는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택시기사들이 몰려들었다. "행님이 도와주셔야 뿌리내린다"고 말하는 김 후보는 붙잡은 손마다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이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구를 방문했다는 소식에 "어려운 집에 박 대표까지 오시네"라는 인사말로 주변을 웃겼다. 상대당 대표를 걸고서라도 한 표를 호소해야 하는 게 그의 현실인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은 하나의 실험실이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에 김 후보가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경기 군포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그의 상대는 16대 비례대표를 거쳐 17ㆍ18대 내내 승리한 이한구 새누리당 후보다.

이날 오전9시 대한노인회 수성지회 앞 벤치. 비가 추적거리는 아침인데도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노인 몇몇이 이 후보를 보자마자 입을 연다. "보일러 등유가 비싸서 때지 못하는데 정부에서 관세를 낮추든지 해야 안카겠습니꺼" 재무부 출신인 이 후보는 다음 일정도 잊고 해명을 이어갔다. "부자인데도 등유를 쓰는 경우가 있어 관세를 낮추기 어렵습니다. 소득이 낮은 분만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민주통합당에 속아 넘어가지 마세요"라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친근한 태도와 대구 출신임을 강조하는 김 후보와 달리 이 후보는 담백한 언행으로 일관했다. "이 지역에서 8년을 했는데 무슨 전략이 필요한가"라는 그는 "새누리당 민심이 옛날보다는 나빠졌지만 민주당 찍을 주민은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이 지역에 있는 경북고의 10년 후배인 김 후보에 대해서 그는 "말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고 잘생겼다"면서도 "그래서 자꾸 눈물작전으로 동정심을 유발한다"며 꼬집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초ㆍ중ㆍ고를 나온 김 후보 역시 지역 정서를 잘 알고 있었다. "재래시장에 가면 경기가 싹 죽었는데 수도권 같으면 폭동 났을 테지만 여기는 인내하고 참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래도 새누리당에 화는 났더라. 그래서 슬로건을 '기분 좋은 변화'에서 '경쟁시켜야 대구가 발전한다'고 바꿨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구 출신인 박근혜 위원장이 지역 정치인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구에 민주당 의석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도 편다.



민주당을 상징했던 연두색 점퍼를 입던 그는 야권 통합 후 내키지는 않지만 노란색 점퍼를 입는다. 그러나 연대 과정에서 난 잡음은 그에게 타격이다. 당 지지도는 20%에서 12%로 떨어졌다.

주민들은 김 후보에게 관심을 보였다. "김 후보가 당선은 몰라도 결과는 이 후보와 엇비슷할 것(50대 기술직 고모씨)" "이한구씨가 한 게 뭐가 있나 지역 민원이 있어도 자기 소관 아니라고 하더라(60세 회사원)" "건물하고 도로만 커지면 뭐하나 전부 서울에서 내려온 회사고 대구 사람은 청소부나 하는 걸(33세 회사원)"

그러나 결국에는 이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서울에 비해 어떨지는 모르지만 물가도 싸고 살기에 좋다. 누가 되나 마찬가지인데 여당을 찍겠다(40세 주부)" "여기는 뒤돌아 후회해도 새누리당 찍는 동네다. 김 후보가 될 가능성은 30% 이하다(70세 도너츠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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