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또 "한일 양국 국민은 서로 우정과 마음을 나누고 왕래하며 잘 지냈는데 정치적 어려움으로 국민 마음까지 소원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일본 정치인의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역사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관계에 여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지사님이 이런 부분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양국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하면서 안정적으로 관계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힘써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재일동포 중 취학연령에 해당하는 청소년이 1만 5,000명가량 있다"며 "도쿄에는 한국 학교가 하나밖에 없어 재일동포 사회에서 주일 대사관과 함께 재일학교를 짓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부지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스조에 지사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마스조에 지사는 "이번 방한에서 서울·수원·안산의 합동 분향소를 방문해 모든 도쿄 시민을 대표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며 "도쿄도지사로서 새 한국 학교 건립이 성사되도록 확실한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본에서 확산되는 혐한 시위에 대해 "이웃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문제"라며 우려를 표명하며 도쿄도 차원에서 재일 한인의 생업과 안전에 대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당부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이에 대해 "한국이 우려하는 일본 내 일부 증오 발언은 매우 부끄러운 행위"라면서 "올해 가을 '인권 주간'을 설정해 인권 계몽을 위한 노력을 펼치는 등 재임 기간 도쿄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국내에서 일본 정계 고위인사와 만난 것은 지난해 2월 대통령 취임식 즈음 이래 1년5개월여 만이다. 이번 접견은 서울시의 초청으로 도쿄도지사로서는 18년 만에 방한한 마스조에 지사 측의 요청에 청와대가 응하면서 이뤄졌다. 마스조에 지사는 이번 방한에 앞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박 대통령에게 보낼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마스조에 지사는 "아베 총리 역시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소개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대학 교수와 정치 평론가 등을 거쳐 2001년 참의원으로 중앙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07년 재선에 성공하며 국회의원과 제1차 아베 내각의 후생노동상 등을 거친 인사다. 도쿄도지사 명패에 한글 이름을 병기할 정도로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꼽히며 청년 시절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기도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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