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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리

핵가족 주거형태가 정착되면서 요즘 우리 주변에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장소로서의 집만 있을뿐, 자녀의 인격형성을 위한 교육공간으로서의 가정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가고 있다.가정교육을 통해 자녀들은 욕망을 억제하는 법을 배우고, 싫든 좋든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도록 훈련받으며, 책임과 은혜의 인식을 배양하는 등 사회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쌓아야 한다. 부모는 적극적인 최초의 교사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 부모들은 자유방임을 자녀의 개성을 살려주는 방법으로 착각한 채, 친구같은 어버이의 자리에 머물기를 자청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윤리·도덕적으로 마치 표류하는 선박처럼 위태롭게 보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이와 같은 가정의 교육부재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아버지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아버지들이 경제적 궁핍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일 하나로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자녀의 인성(人性)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마치 농부가 씨앗만 뿌려놓고 농사를 돌보지 않는 것과 같다. 버려둔 농토에서 좋은 작물을 수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인교육의 요체가 되어야 할 학교가, 체벌이 문제가 되면서 단지 지식을 전수하는 기관으로 점점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정에서마저 엄한 꾸짖음을 찾아볼 수가 없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분별하는 기본적인 가치판단에서부터 혼돈을 겪게 될 것이다.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자녀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 주고 자녀로 하여금 올바르게 걸어가는 길 위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려깊은 스승으로서의 아버지가 필요하다. 자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면서도 사랑의 방법이 자녀의 장래를 망치는 형태라면, 그 아버지의 우둔함을 어디에 비길 것인가.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겨울에 가지치기를 한다. 가지치기를 당한 나무는 잠시의 아픔으로 더욱 짙푸른 봄을 기약할 수 있게 된다. 자녀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도 나무 곁가지 자르듯 분명한 교육적 절제 속에 감추어져 있어야만 자녀가 무분별한 사랑의 피해자로 남는 일이 생겨나지 않는다. 자상한 일면으로 추상같은 엄격함을 지니고, 덕행을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으로 삼던 전래의 아버지 상(像)이 부활되고, 자녀들이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게 될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한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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